Page 29 - 고석찬 작가 개인전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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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겉장은 뜯기고
                                                                  차가운 생의 줄거리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널브러졌지
                                                                  그때

                                                                  나를 닮은
                                                                  눈이 내렸어
                                                                  몸을 누이고 백지 위에

                                                                  무엇인가 쓰고 싶었는데
                                                                  흘러간 곳은 네모난
                                                                  배수구였어

                                                                  다 타버린 연탄처럼
                                                                  부서질 듯
                                                                  부서질 듯 아팠지만

                                                                  유토피아를 꿈꾸던 모서리는
                                                                  더 단단해져

                                                                  바다가 되었어


                                                                  고딕체 같던 생은

                                                                  기억조차 낯선
                                                                  굴곡진 부드러움이 되었고



                                                                  비로소
                                                                  내 몸속에 파란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























                                        K  O      S  E  O   U  K      C  H  A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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