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석찬 작가 개인전 e-book
P. 33

선인장


                                                                  이런 표정으로 서 있어야 하는

                                                                  나의 감정은 늘 촉촉하게
                                                                  젖어 있었어



                                                                  언젠가 우리 손을 맞잡은 적 있었지
                                                                  짧지만 격렬하게
                                                                  너는 피를 흘렸고

                                                                  강렬한 상처만큼이나 내 몸에서는
                                                                  딱 그 시간만한 가시가 자랐어



                                                                  밤이 오고
                                                                  아침이 오면 옆구리를 박차고

                                                                  나오는 뽀족한 기다림
                                                                  내 끝으로 가질 수 없는

                                                                  긴 하루가 지나면
                                                                  마른 소리를 앓은 바람
                                                                  유품 하나 없는 유서 마냥

                                                                  내 몸을 감싼 채 낙하해


                                                                  우스꽝스럽게

                                                                  빳빳한 몸을 비집고 나오는
                                                                  날개는 죽지 않았어



                                                                  누구도 다가오기 힘든 절정 속에
                                                                  푸른 피는 흐르고

                                                                  내 속에 너의 기다림이
                                                                  아직도 붉게 피어나



                                                                  차갑다는 식은 말 속에서도



                                                                  한 시절 나는
                                                                  꽃 이었어



                                                                  너에게



                                        K  O      S  E  O   U  K      C  H  A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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