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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칼럼
사각지대 메꾸기1 :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십여 년 전이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성폭력 경험을 이 촬영물의 상품화를 원하는 범죄자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야기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였고, 신세계가 열린 셈이다.
겪은 이야기보다는 주로 겪을 뻔했던 이야기가 나왔다. 여 이수정 교수의 2019년 연구를 보면 채팅앱의 대화 내용 분석
러 성폭력 중 어린 시절 동네에서 아는 성인 남성에게 성추 에서 아동․청소년에게 ‘잘 곳을 제공, 만나서 같이 술 먹고 놀
행을 겪을 뻔한 이야기 혹은 택시에 실려 갈 뻔한 이야기 등 자. 단순히 만나서 같이 놀자’등의 제안을 하는 식의 유인․권
이 나왔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건수가 많았다. 50명 정원 유는 31.1%에 달하고, 13세 미만의 경우 대화 내용에서 유인․
의 수업이었고 여학생이 2/3 정도 되는데 5명 이상이 당할 권유는 34%에 달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온
뻔한 기억이 있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연구소 소장을 하 라인을 매개로 한 실제적 성매매나 다양한 형식의 성착취가
면서 성인 성폭력 경험의 여성을 많이 만나보았는데 어린 이루어지기 전 단계가 온라인 그루밍이다. 이미 많은 국가들
시절, 청소년 시절의 다중적 성폭력 경험의 빈도가 너무 높 에 이 가공할 온라인 세상에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은
았다. 그때부터 아동․청소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 절박하게 중요한 일이었고 2017년 기준 63개국에서 이미 온
씬 더 많이 직접적인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 라인 그루밍을 처벌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루밍 단계에서는
다. 이 판단은 가해자가 성폭력 대상을 고르는 이유 때문에 신고도 편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피해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
도 그렇다. 성폭력, 성착취의 가장 기본적 진리는 가해자는 을 수 있는 접근과 관련한 각종 제재를 힘있게 실행시킬 수
자기 기준으로 가장 약한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주로 있기 때문이다. 일찍 시작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2003
성, 나이, 육체, 정신, 위계 등의 기준에서 작동한다. 여러 차 년 성범죄 법(Sexual Offences Act 2003)을 개정하여 아동
원의 약함을 가지고 있는 아동․청소년이 성범죄피해의 주요 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계획의 의도까지 강력하게 처벌하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있다. 그루밍을 처벌하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에서 우리는 피해자가 어리다는 위장(잠입)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그루밍이 주로 일어나는 인
데 많이 당황했고 분노했다. 보도가 폭발적으로 나올 당시에 터넷 공간의 익명성과 폐쇄성 때문에 함정수사가 아니면 범
기사를 보면 중학생 시절에 경험했다는 피해자도 있고 12살, 행 사실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아동·청소년에게
심지어 9살 피해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경찰청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발표한 5월 27일 기준 N번방 사건 등을 포함 디지털 성범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안)을 대표발
죄 피해자 중 특정된 482명의 60% 이상이 10대이다. 피해의 의하였다. ‘지옥의 문’이 열려버린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 피
주요 매개가 된 채팅앱 대부분은 본인인증을 하지 않고도 접 해가 발생하기 전 대처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미 늦었지
근이 가능하다. 현실 세계에서 접근이 쉽지 않은 아동에게까 만, 사회와 정부가 앞으로는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
지 무제한의 유혹과 접근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이다. 아동․청 다는 반성의 다짐을 전달하는 메시지이다.
소년 성매매, 소아성애 등의 성착취, 다양한 아동․청소년 불법
2020.06.11 페이스북 게재
<N번방 방지법, 그 한계를 해결한다> 토론회 현장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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