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교화연구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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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궁궐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궁으로 들어가 공주를
데리고 왕에게 나아갔습니다.
“전하, 제가 명약을 마련해서 공주님께 드렸더니 이렇게 아름다운 자태로 순
식간에 자라나셨습니다. 보십시오. 얼마나 아름답게 자라나셨습니까!”
왕은 자기 눈을 의심했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어린 아이가 ‘순식간에’ 저렇게
고운 소녀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오, 정말 네가 그 아기가 맞느냐! 놀랍구나. 그 약이 놀랍구나. 그토록 네
가 보고 싶었는데 꾹 참고 지냈더니 과연 의사가 기적 같은 약을 구해 와서 네
게 주었구나.”
왕은 의사에게 푸짐한 상금을 내려주었습니다.
☀ 공주가 정말 갓난아기였다가 약을 먹고 한 순간에 자라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의사가 약을 구하러 떠난다며 소요
한 십 수 년의 세월이 없었더라면 공주가 그렇게 곱게 자라날 수 있었을
까요? 그 긴 세월의 하루하루 한 순간 한 순간 공주는 자라났거늘. 그렇게
자라나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거늘. 오직 성장한 공주의 모습만을 기다리
고 있는 왕에게 그 세월이 보일 이 만무입니다.
기다림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과연 어디 있을까요?...
『백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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