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교화연구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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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극대화가 펼쳐지고 있다. 실용적인 측면도 강화되고 있다. 그렇다
              면 이러한 가상공간은 어디에 있을까. 인터넷, 서버의 창고, 아니면 인간의 뇌

              인가. 물론 가상공간이지만 현실에 기반하고, 이 위에 가상정보가 결합된다. 이
              미 텔레비전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가상 스튜디오, 선거개표방송, 입

              체형 네비게이션 등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정치, 경제, 문화 활동
              은 기본이며, 향후에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현실과 생체, 즉 몸과 마음이 연계

              될 것이라고 본다. 이미 이러한 가상공간은 몸과 마음이 확장된 것이다.


                불교계는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전문가들에 의하면 영성적이지만 종교적이
              지 않은 시대가 열린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종교의 틀 안에서 영성과 깨달음을

              추구했지만 종교라는 형식이 제거되는 것이다. 교단과 같은 조직, 출가나 재가
              라는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는 사고가 자유롭고 변화를 추구하며 자신만의 개

              성 있는 삶을 추구하는 MZ세대가 주도할 것이다. 이들은 국경, 인종, 계급 등을
              초월한 범세계적인 느슨한 연대감을 추구한다. 불교야말로 종교학적으로 열린

              종교, 즉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세계를 지향한다. 선을 통해 누구든 영성의 자
              유로움에 접속할 수 있고, ‘나무아미타불’ 여섯 자를 통해 모든 계급을 망라하

              는 민주적인 신앙세계를 추구한다. 이보다 더 미래에 적합한 종교가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일본 불교는 근세 단가제도에 의해 포

              교할  태세를  잃어버림으로써  7만개의  사찰  중  2만개가  공찰(空刹)이  되었
              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불교 또한 과거의 전통에 안주함으로

              써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으로 기후환경위기, 지
              역 갈등이나 분쟁 등의 다양한 지구 문제의 해결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

              러니 급변하는 과학기술을 어떻게 따라잡겠는가. 나아가 이를 분석하고, 인간
              의 바른 길을 선도할 수 있는 힘이나 있을까. 이러고도 불교계는 종교로서 살

              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하나하나의 변화에 적응하여 그 힘을 쌓
              아왔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모든 사회적 이슈는 물론 지구적 대이변

              을 파악, 바르게 선도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볼 것 없다. 미래문명을 선도해야
              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불교계가 보다 혁신적이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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