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신원_영미,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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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N                                         아주 먼 옛날 도형의 나라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가 결합된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과
                                                                  고전적인 동화의 신선한  만남

                                               먼  옛날  각진  도형들이  모여  사는  왕국이  있었습니다.  이곳의  주민들은
                                               생김새에  공통점이  있었는데,  곧은  선과  뾰족한  모서리가  아주  특징적이
                                               었습니다.  단  한  사람도  이  생김새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통제
                                               가  엄격했답니다.

                                               그런  왕국을  이끌고  있는  엄한  왕과  왕비에게  단  하나의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왕위를  이을  자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사실  그들에게는  아
                                               들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두  굴곡진  면을  타고난  덕에  왕위를  잇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숨기고  있었습니다.  왕비는  아들들을  폭신한  매트리스
                                               위에서도  재워보고,  딱딱한  철  의자에도  앉혀봤지만  모두  모양의  변화가
              영문  PDF 파일  제공 가능                없었습니다.

                                저   자          그런  아내에게  왕은  아들들을  모두  사형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마리-로흐  크루시, 가졸                 왕비는  차마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아주  어두운  밤에,  왕비는  아
                                               들들을  숲  속의  요정에게  데려다  주었고,  다행이  요정은  그들을  매우  마
                                발행일            음에  들어  하여  아이들을  돌봐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
                           2020년 9월            다.  요정은  왕위를  이을  아이를  왕비가  잉태할  수  있게  신묘한  약까지  제
                                               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약을  먹은  왕비는  마침내  완벽한  삼각형  모
                                분   량          양의  공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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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형  공주는  완벽한  모양답게  완벽하게  자라나서,  드디어  배우자를  맞
                                분   류          이할  때가  되었습니다.  성  안에  파티가  열리고,  공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그림책            는  신사들이  각자  각진  모양을  뽐내며  줄지어  차례로  방  안으로  들어가
                                               인사하였습니다.  그러나  공주는  온갖  핑계를  대며  구혼자들을  거절했습니
                                언어권            다.
                              프랑스어
                                               크게  노한  왕은  이렇게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다음
                                               남자랑  무조건  결혼해!!!”
                               [  문의 ]
                                               그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온  도형은  반듯한  선도,  뾰족한  각도  없는,  둥그런
                        황지현  대리
                                               타원형의  남자였습니다.  달걀처럼  생긴  남자는  오뚝이처럼  좌우로  뒤뚱뒤
                   children@swla.co.kr
                                               뚱  움직이며  파티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둥근  몸을  이용해  흘
                                               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혼연일체가  된  그의  모습에  삼각형은  홀딱  반해버렸고,  그와  함께
                                               춤을  추며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왕은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이토록  완벽한  딸을
                                               어떻게  이런  둥그런  이상한  놈한테  시집을  보내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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