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전시가이드 2021년 7월 이달의 작가 고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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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AGP Blue jeans 아리랑 그 넘어
55x40cm 블루진, 색동, 꼴라쥬
다는’ 고백일 것이다. 필자가 십여 년 전부터 유심히 고금화 꼭 필요한 부문이다. 그녀는 이 시대 상황이나 여건 중에 미
작가의 작품 활동을 추적하는 즐거움 속에 얻어낸 몇 가지 술이 안고 가야 할 분명한 과제의 길을 본인 작업의 시리즈
가 있다. 그중 하나는 조선인의 대표생활덕목이자 삶의 일 로 확보해낸 게 틀림없다. 아마도 이러한 면은 작가가 오래
상적 철학이었을 무위정신(無爲精抻)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전부터 그림뿐만이 아니라 전통규방공예와 조각보에도 조
위해 고려한 방법을 이용하는 모습이다. 그것은 조각보 바 예를 다져온 터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느질을 이름 없는 할머니들이 그들의 솜씨로 바느질하게 하
고, 그 위에다가 작가 본인이 보충 바느질 및 전체 면의 적당 이 시대는 실용주의적인 문화가 심할 정도로 생활 속에는
한 여백에 민화 이미지를 그려 넣어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 물론, 예술 속까지 깊이 자리를 잡으로 하는 것 같다. 그래
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화가 자신이 천 조각 이어 서인지는 몰라도 민족주의적 전통에는 별 관심 없는 채 편
붙이기 바느질을 했을 때보다 작위적(作爲的)인 부분이 훨 의주의 일편도의 사회가 되어져감에 마음이 쓸쓸해진다. 현
씬 줄어들도록 하기 위함인데, 작가노트에서도 언급했듯이 대의 시중 갤러리들을 메우는 작품들을 보면 외래적 느낌의
이는 조서여인들의 전통이었던 ‘무작위의 미’를 존중하기 위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 중에 민족 뿌리의식을 고
함이다. 고금화는 전통의 맥을 보전(保全) 또는 고수하기 위 스란히 지녔으면서도 현대미술로 반듯한 성과를 보이는 고
해 이렇게 오브제(Objet) 미술형식이 되더라도 자신이 평 금화와 같은 작가를 만나면 더없이 기뻐진다. 위에서 말했
소에 품었던 민족적 민화정신의 맥락 드러내기를 먼저 챙기 듯이 작금의 화단 풍조가 비록 눈에 보기 좋은 것에 만족하
고 있다. 이러한 양식의 민화작품은 그 발상부터가 특이하 려는 가벼움으로 치달아가지만, 그럴수록 눈이 아닌 가슴
고 새롭다. 보통의 민화 제작의 형태를 살펴보면 감상용 회 을 울리는 작품철학이 배인 작품이 필요한 시기임은 두 말
화 작품과 생활소품과 협업제조(Collaboration)하는 실용 할 것도 없다. 본래 미술의 본령은 눈이 아닌 가슴의 감동인
구(實用具)의 민화가 있다. 이 중 첫 번째인 감상용 회화 작 것이다. 눈으로 보는 현재적 안목의 사실주의보다 역사의식
품의 민화는 전체 화면(全面)에 그림을 그리고, 두 번째로는 속에서 현실을 가슴으로 읽어내는 사실주의가 필요한 시대
베갯머리나 한복소매 또는 집안 장식품의 부분에서 주로 보 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적절할 시기에
이듯이 민화를 용구의 부분에만 자수나 핸드페인팅 등으로 적절한 예혼(藝魂)을 불태우는 작가 고금화에게 응원의 기
도안 삼아 그려 넣는 공예 방식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서 민 립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화는 공예를 돕는 역할만을 한다. 그러나 고금화의 작품 양
상은 후자의 경우, 즉 생활용(生活用) 공예의(공예품의) 특 부디 좋은 성과 거두시고, 계속해서 큰 예업(藝業)으로 우뚝
성을 변용하여 감상용 회화 작품으로 완성시킨다는 점에서 서시길 바란다.
독보적이다. 당연히 고금화처럼 민족의 전통적 자부심을 본 신축년(辛丑年) 초하(初夏)에
격적인 미술언어로 만들어 세상으로부터의 공감을 얻는 발 계양산 아래 설촌헌(雪村軒)에서 적음
상의 작업 방향은 현 사회의 문화적 추세나 상황으로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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