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전시가이드 2021년 7월 이달의 작가 고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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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GP 용날다 30×30 드로잉, 삼베, 염색 ⒸADAGP 옛이야기-꿈 70×70 드로잉, 꼴리쥬, 염색, 광목, 무명
조각조각에서 배어나는 갖은 색의 짙고 흐림에 따른 쥐대기로 바림 효과를 살리기도 하고
그 사이로, 홈질로 드러내 모양을 내고 마감도 한다.
자유의지로 몸을 편안히 하고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여울에 가린 의미의 세계를 열어젖힐 듯한 느낌으로 갖은 오브제로 든
속살을 충실하게 채워 마음의 깜냥으로 헤아려 본다
착을 갖게 된 것은 한 땀 한 땀 조각에서 보이는 작위적이지 않은 무심한 손의 및 전체 면의 적당한 여백에 민화 이미지를 그려 넣어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
움직임으로 빚어내는 추상성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모시, 삼배, 광목 등의 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화가가 천 조각 이어붙이기 바느질을 했을
보푸라기를 모아 마름질한 시접 사이로 바늘을 넣어 손끝에서 한 땀 한 땀 담 때보다 작위(作爲)적인 부분이 훨씬 줄어들도록 하기 위함인데, 작가 노트에
아온 침선은 모자람도 더함도 한결같은 마음에 실어 그윽한 여운으로 이어진 서 언급했듯이 이는 조선 여인들의 전통이었던 ‘무작위의 미’를 존중하기 위함
다.’,‘조각조각에서 배어나는 갖은 색의 짙고 흐림에 따른 쥐대기로 바림 효과 이다. 고금화는 전통의 맥을 보존 또는 고수하기 위해 이렇게 오브제(objet)미
를 살리기도 하고 그 사이로, 홈질로 드러내 모양을 내고 마감도 한다. 자유의 술 형식이 되더라도 자신이 평소에 품었던 민족적 민화 정신의 맥락 드러내기
지로 몸을 편안히 하고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여울에 가린 의미 를 먼저 챙기고 있다. 이러한 양식의 민화 작품은 그 발상부터가 특이하고 새
의 세계를 열어젖힐 듯한 느낌으로 갖은 오브제로 든 속살을 충실하게 채워 마 롭다. 보통의 민화 제작의 형태를 살펴보면 감상용 작품은 전면적으로 그림을
음의 깜냥으로 헤아려 본다.’ 작가 노트에서 살짝 보이듯이, 고금화는 마음속 그리는 형식이 있고, 생활소품과 콜라보레이션하는 실용구(實用具)의 제작 방
에 예의 조선 여인들이 품었던 제작의지 그대로를 끌어안고서 동일한 마음 앓 법으로는 베갯머리나 한복 소매 또는 집안 장식품의 부분에서 주로 보이듯이
이를 즐기며(?) 창작에 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선배인 자수 형식이나 핸드페인팅으로 민화를 도안 삼아 그려 넣는 공예 방식이 전부
조선 여인들의 정신이 서양의 유사한 문화 때문에 그 인기가 뒤질세라 걱정하 다. 후자의 경우에서 민화는 공예를 돕는 역할만을 한다. 그러나 고금화는 후
기도 한다. ‘작위적이지 않은 무심한 손의 움직임으로 빚어내는’이라는 대목에 자의 경우, 즉 생활 도구 삼아 만들어낸 공예를(공예품을) 감상용 작품으로 변
서도 잘 드러나지만, 그녀는 분명히 조선의 ‘무위(無爲)자연론’을 향한 지극한 환시킨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당연히 고금화처럼 민족의 전통적 자부심을
동경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자신은 조서 여인의 그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고 본격적인 미술 언어로 만들어 세상으로부터의 공감을 얻는 발상의 작업 방향
싶다’는 고백일 것이다. 고금화를 수년 전부터 필자의 레이더망에 올려놓고 관 은 현 사회의 문화적 추세나 상황으로 보아 꼭 필요한 부분임이 확실하다. 그
찰을 해 오면서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한 가지가 조선인의 대표 생활 녀는 이 시대 상황이나 여건 중에 미술이 안고 가야 할 분명한 과제의 길을 본
덕목이자 삶의 일상적 철학이었을 무위정신(無爲情神)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인 작업이 시리즈로 확보해낸 게 틀림없이 보인다.
위해 고려한 방법을 이용하는 모습이다. 그것은 조각보 바느질을 동네의 이름
없는 할머니들이 그들의 솜씨로 바느질하게 하고 그 위에 화가가 보충 바느질 글; 설촌 정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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