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전시가이드 2024년 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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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용2023 No.1, 120×39cm, 종이에 채색, 2023  용2023 No.2, 120×39cm, 종이에 채색, 2023  용2023 No.3, 120×39cm, 종이에 채색, 2023



        종이를 제각기 다르게 레이어링한 색채들의 조화미감으로 창출한 것이다. 최        용을 주인공으로 삼은 권지은의 도전은 화려한 장엄미를 바탕으로 한 2012년
        고 수준의 채색화는 ‘궁중화(宮中畵)’가 상쇄된 오늘의 현실에서 오로지 ‘불화     전시에서 진화되어, 최상의 위치에 있던 용의 권위를 현실의 삶에 스미듯 연
        의 영역’에서만 정통성을 계승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종교적 기     결한다. “누구나 용이 될 수 있다.”는 공감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운룡도(
        능을 배제한 ‘장식과 감상에 기반한 벽사(闢邪)와 기복(祈福)’을 특징으로 삼는    雲龍圖)는 용 그림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서 가장
        다. 이를 위해 작가는 자기 개성화와 보편성 사이에서 중화(中和)와 균형을 창     사랑받는 소재였다. 제왕의 기운을 가진 ‘운룡도’를 갖게 되면 성공가도를 달
        작의 근간에 두었다. 실체가 없는 상상의 동물 ‘용’을 자기만의 배색과 최고 수    리거나 어떤 시험도 통과하는 등용문을 표상했기 때문이다. 권지은의 운룡도
        준의 선묘로 구성해 ‘우리 시대의 꿈과 바람을 담은 힘찬 에너지’로 재해석한 것    는 자유롭게 세상을 유용하는 ‘운명이 곧 나의 뜻대로’라는 현재적 길상의 의
        이다. 전시 작품은 크게 ‘불화에서 추출한 상상의 용’, 최근 후쿠오카시립미술관    미를 반영한다. 번쩍이는 금룡(金龍)의 에너지(전작들)는 용과 구름을 연결하
        출품작에서 영감을 받은 <모란용봉도(牡丹龍鳳圖)>, 용과 불화가 결합한 <기      는 세련된 선묘로 기능하면서, 최고의 재료와 완성된 색감들을 보좌하는 조화
        룡관음도(騎龍觀音圖)>, 선한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복하는 <반야용선도       와 균형의 매개체로 전환되었다. 금은 중간에서 색을 중화시키면서 화려함을
        (般若龍船圖)> 등으로 확장되어 ‘고법의 현대적 창출을 이룬 채색화’의 화려한     잃지 않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6배접-7배접 사이에서 머금는 종이의 힘과 결
        귀환을 선보인다. 금박을 활용한 구름의 운용과 용의 율동은 금박중심의 기존       합해 귀한 미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용은 실체가 없는 상상의 동물이기에, 작
        용그림과 비교/대조를 통해 ‘신/구 그림’의 총체적 확장을 보여줄 것이다. 위대    가가 해석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해 생명력을 부여해야 한다. 자기 개성화
        한 전작들의 기운을 바탕한 권지은의 용의 변주들은 생동(生動)하는 에너지를       와 보편성을 획득한 중화된 균형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가장
        창출하면서, 동시대의 비례미와 세련된 형태미, 다층의 레이어를 연결한 선묘       중요한 가치이다.
        와 색채미감을 통해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고려불화의 에너지를 현대화’시
        키는 유일무이한 작품들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고려불화의 미감과 만난 ‘용의 레이어’

        용의 지혜, 치유와 공감의 에너지                              우리는 흔히 고려불화를 빛과 바람의 그림이라고 말한다. 스미듯 연결한 배채
                                                        법의 감성을 작품 전체로 연결한 권지은의 작품들은 <기룡관음도>에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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