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3년 11월
P. 33

전시실1_1F (4)                                         전시실3 (1)








            품 바닥에 지푸라기와 호롱불이 켜진 창문을 놓아 전체적인 입체감과 자연주        이를 배열하고 방향성을 띄게 해 질서와 무질서의 리듬을 만들어냈는데, 이
            의적 감성을 더했다.                                     를 통해 작가의 조형 감각과 사색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어두운 방에 설치된
                                                            원형의 종이조각, 그리고 땅의 기운을 상징하는 네 개의 구 안에 자리한 대나
            “오랜 기억 속 외할머니 집 대청마루엔 언제나 성줏대가 걸려 있었다. 겹겹이      무 이미지는 “천기(天氣)와 지기(地氣)가 만나 생명력을 찾는다는 고대인들의
            찢긴 창호지가 소나무 가지 끝에서 나부끼는 모습은, 평범한 바람이 아닌 신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작가노트)”을 표현한다.
            령스러운 먼 세상의 기별인 듯 느껴지곤 했다. 온종일 뛰놀다 지쳐 돌아와 대      또한 벽면에 설치된 서른 개의 뿌리 작품은 피고지는 자연의 순환에 대한 바
            청마루 한가운데 걸린 종이들의 부대낌을 오래 바라보곤 했었다.”             람(wish)을 물질로서 보여 준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무사안녕을 빌었
                                         -2023 최필규 작가노트중-   던 소원(wish)들은 나뭇가지에 붙은 창호지가 바람(wind)에 흔들리는 성줏대
                                                            의 영상 이미지로 남는다.
            제1전시실에서 선보이는 ‘종이가 바람이 되어’는 작가가 어릴 적부터 접해 온
            무속의 의미를 담았다. 자연과 함께 순환하는 인간의 바람을 작가의 관점으        최필규 작가에게 기억은 과거의 주술적 경험의 이미지이자 시간의 흔적이다.
            로 평면 작업과 대나무 오브제 설치 그리고 종이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흑과       대청마루에 걸린 성줏대를 조형적으로 받아들인 ‘종이조각’들은 오래된 기억
            백의 배경에 바람에 나부끼는 종이를 그린 ‘흔:시간을 담다23-1’ 등의 각종 평   의 조형언어로 작가만의 창작의 세계로 담론화하였다. 종이를 겹쌓임하고 나
            면회화와 오브제 설치작품을 감상 할 수 있다. 나아가 실제 나뭇가지를 캔버       열하는 작업이나 종이들 사이로 붓질을 한 작업 역시 어린시절 보고자란 터줏
            스 속에 들여오거나 종이가 겹쳐지는 조각적 요소를 표현해 오면서 사용한 일       가리에서의 기억으로 유추할 수 있다.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쌓은 터줏가리는
            관된 소재는 바로 ‘종이’이다. 조형미는 물리적 깊이를 만들거나 종이의 질감      농사를 관장하는 지신(地神)을 모신 곳간(庫間)으로 그 재료가 되는 볏짚의 기
            을 표현한 ‘평면 오브제’로서 물질과 이미지의 관계에 작가의 감성을 더하여       억은 종이의 겹침으로 혹은 거친 사선의 연필선이나 붓질로 표현된다. 종이의
            감상 할 수 있도록 한다.                                  결을 따라 찢고 구기고 흩뿌리던 볏짚의 기억은 무의식적으로 새겨지고 ‘종이
                                                            와 나무’라는 물질로 매개되어 평면, 입체, 설치등 다양한 조형언어로 다가갈
            제2전시실 ‘그림의 시작과 이후’에서는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한 시기의 초기 작품을 극사실 회화와 컴퓨터 페인팅 작업 같은 초기 작품들
            을 아카이브로 전시했다. 국내 화단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의        “오래된 기억 속 바람은 때때로 내 삶의 창가를 찾아와 맴돌며 스쳐갔다. 문득
            초기 작품과 함께 극사실주의에 몰두했던 초창기 그가 그렸던 기차, 구겨진        저 멀리 돌아가는 바람의 소리를 느끼던 순간, 내게 어떤 중요한 할 말이 있었
            종이 작품을 비롯해 컴퓨터 페인팅, 구김+찢기 작업으로 이뤄진 작품 등을 만      던 건 아닐까 궁금해졌다. 나는 구겨지고 찢겨진 종이 위에 그 아스라한 바람
            날 수 있다. 익숙히 알고 있는 그의 종이 작업이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며, 3층    의 소리를 담아 보고자 했다. 종이가 가진 물질성과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시간
            뿌리의 방에 들어서면 무수한 ‘종이조각’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을 이어주       의 축적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보고자 종이의 겹쌓임 작업을 이어나갔다.”
            는 듯한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듯, 천강신화(天降神化)                                   -2023 최필규 작가노트중-
            를 연상하게 하는 나무와 종이로 이루어진 설치 작업에서 우리는 탄생과 죽
            음의 순환 회로에 저절로 스며들게 되는‘종이’라는 매체의 의미를 넘어 평면
            으로서의 종이가 ‘종이조각’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그의 조형적시도에        참고자료------------------------------------------------------------
            주목을 한 작품들이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https://folkency.nfm.go.kr/topic/detail/2385
                                                            경기일보기사. 50여년 몰두한 ‘종이’ 작업. 최필규 기획 초대전
            제3전시실 ‘인생을 담고 시간을 담고 흔적을 남긴다’에서는 최근작을 중심으       ‘종이가 바람이 되다’. 김보람
            로 자연과 시간에 대해 한층 깊어진 작가의 사유, 생명과 우주에 대한 작가의      2023. 최필규전시서문. 최필규 - 종이가 바람이 되다. 김연희(예술학박사,미술비평)
            해석에 주목하며 감상 할 수 있다. 사실주의적 재현 화풍과 토속 신앙의 정서      주간평택(http://www.weeklypt.co.kr)
            를 함축한 최근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흔: 시간을 담다 2301’는 대칭 구조로 종


                                                                                                       31
                                                                                                       31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