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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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René  Magritte, Deep Water, 65 x 50cm, oil on canvas, 1941 ⓒADAGP
                                                             (우) 오지영, Color, 91.0 x 116.8cm, oil on canvas, 2023 ⓒADAGP




            는 작품을 제작해 〔AIAM 갤러리〕에서 기획한 《AIAM & ADAGP 글로벌연합회  결론적으로, 오지영 작가는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
            원전》에 출품하기에 이르렀다. 이쯤에서 오지영 작가의 ‘근성’을 한번 짚고 넘     서도 드물게 ‘인간 내면의 심리적 요소’를 집요하게 연구하고 마치 미세한 ‘신
            어간다. 그녀가 떠올린 어릴 적의 기억으로, 책 대여점이나 영화 대여점들에       경 뉴런’에 이르기까지 현미경을 들이대듯이 속속들이 천착하였음에도 불구
            서 책이랑 영화들을 빌려보곤 했는데, 뭔가에 꽂히면 몰입하고 끝장을 보는 성      하고, 기존의 <초현실주의> 사조에서 차용한『데페이즈망(dépaysement)』기
            향인지라 어느 순간 거의 전부 섭렵해서 항상 신작들이 들어 오기만 오매불망       법을 고유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탁월한 재능이 엿보이는 작가이다. ‘데페이즈
            기다리고 했던 기억이 난다는 것. 그래서인지 ‘멀티’ 행위 자체가 아예 불가능     망’의 어원적인 의미는, ‘나라나 정든 고장을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초현실
            하다고. 그나마 다행히도 이런 ‘일관성’ 덕분인지 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주의 미술>에서 이 단어가 사용되면서부터 "일상적인 관계에서 사물을 추방
            회귀한 <미술>에 꽂혀있다. 자신의 집요한 성격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분석과       하여 이상한 관계에 두는 것" 즉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어떤 물건이 있는 모습'
            연구, 창작에 몰입하는 중이고, 너무나 방대해서 끝이 있을까 싶지만, 어린 시     이라는 새로운 의미가 추가 되었다. 자, 기왕에 언급한 김에 여기서 잠깐 <데
            절 신작들을 기다리던 기분으로 작품 활동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필      페이즈망>의 정의를 돌이켜보자. 초현실주의자들은 특히 『프로이트의 정신
            자는 오지영 작가가 왜 <초현실주의> 풍에 꽂혀있는지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       분석학』에 영향을 받아,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함으로써 이성에 의해 속
            았다. 최근에 현대사회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는 급격한 변화와 과도한 경쟁구       박되지 않는 상상력의 세계를 회복시키고 인간 정신을 해방하는 것을 목표로
            도는 ‘인간성의 상실, 인간 소외, 물질 만능주의 등 다양한 사회 병리적 현상들    삼았다. 그러나 이성이 배제된 상태를 표현하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때
            을 초래하고 있다. 그 와중에, 현실을 살아가기 바쁜 현대인들은 《예술 혹은 문    문에 초현실주의자들은 다양한 기법들을 고안해 내게 된다. 그 중 한가지 기법
            화》를 접할 여유조차 없는 가운데 무작정 ‘현실세계’에서 도피하고 싶은 욕망      이 바로 '데페이즈망'이었고, 일상적인 사물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
            이 꿈틀대기 마련이다. 오지영 작가 또한 자신의 작가로써 감당해야 할 ‘역할’     인 표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에 버거움 마저 느꼈으리라. 여기서 오지영 작가가 관객에게 자연스레 전하고       특히 초현실주의 시인이자 귀족이었던, 로트레아몽 백작이 쓴 「Les chants
            자 하는 메시지는, 그녀의 작품에는 많은 감정, 심리 요소들이 담겨 있기 때문     de Maldoror」라는제목의 초현실주의 시에는 “재봉틀과 양산이 해부대에서
            에, 작품을 보시면서 즉흥적으로 느껴지는 관객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집       만나듯이 아름다운”이라는 유명한 구절에 주목해보자. 이 구절이 유명한 이
            중해 주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오지영 작가 자신도 작업에 감정이 잡힐 때까       유는 초현실주의와 데페이즈망 기법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지 많은 노력을 하는 편이고, 깊은 몰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그     이 구절은 재봉틀과 양산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체도, 해부대와 같
            래야지만 비로소 그때 자신도 모르던 무의식의, 내면의 심리 상태가 드러나는       이 낯선 공간에서 만나게 되면, 시각적으로 충격을 주어 초현실의 느낌에 의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관람객들은 아주 다       해 기이하지만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시점
            양한 평을 해준다는 것. 바로 그 느낌과 심리 상태를 직시하고 그녀 자신도 몰     의 전환’에 착안해 오지영 작가만이 구사할 수 있는 역 발상을 거듭하며 도전
            랐던 그녀의 속 감정, 심리 상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치유가 시작되는 것이라      한다면, 복잡미묘한 생존 주기를 거듭하는 현대미술계에서 최소한 <데페이즈
            확신하게 된다고 한다. 다만, 오지영 작가의 작품 속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을      망> 기법의 종결자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아무쪼록
            굳이 지적하자면, ‘정체성을 지닌 얼굴’ 모습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필자     〔ADAGP 글로벌 저작권자〕의 일원으로써, 오지영 작가의 팔레트가 ‘새로운 정
            의 소견으로는, 이러한 점만 보완된다면 오지영 작가가 자신에게 진실로 바라       신’에 의해 다양한 Color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듯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더욱 단단해진 작가로 발전
            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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