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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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서유영, 가을 서시, 72.7ⅹ60.6cm, Acrylic, Sand,   서유영_봄빛 스며들다6, 72.7ⅹ60.6cm  서유영_Milky Way7, 90.9ⅹ72.7cm
        and Collage on Canvas, 2023     Acrylic, Sand, and Collage on Canvas, 2023  Acrylic, Sand, and Collage on Canvas, 2023







                          김상희 개인전 <꽃구름 타고> / 서유영 개인전 <코스모스, 관계의 메아리>
                               2023.10. 31. - 11. 18, 갤러리 H(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0)






        H갤러리의 PICK!                                     결된다. 집을 하나의 흐름으로 놓고 은하수처럼 구성한 유니버스 시리즈, 개별

                                                        적 단위로 병렬한 납작해진 평면의 집들, 정형과 부정형의 정반합(正反合)은
        김상희 vs 서유영                                      ‘서유영의 세계관=생, 관계의 코스모스’를 아우르는 기본구조이다. 코스모스
                                                        (κόσμος)는 ‘우주의 질서’라는 그리스어로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뜻한다.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원자로 인간인 우리가 만들어졌다. 작가는 타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시선을 골자로 하여, 집-무
                                                        리를 작품구조로 설정했다. 나와 우리에 대한 시각적 질문을 통해 ‘관계의 메
                                                        아리’를 생성시키는 것이다. 납작해진 단순 구조 안에 어떤 일렁거림이 있다
                                                        면, 그것은 ‘우리 주변의 충만한 메아리를 울린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작가의 작
                                                        품과 만나는 것은 집 하나하나의 질문들을 전체로 연결하는 우주여행과 같다.
        인사동 갤러리H(대표 최유미)에서는 꽃과 집이라는 작은 군집체로 ‘꽃구름’과
        ‘코스코스’를 만드는 김상희 개인전 <꽃구름타고>와 서유영 개인전 <코스모       현대미술에 피곤해하고 추상미술에 답답한 이들이라면 더없이 통쾌할 작품
        스, 관계의 메아리> 전시를 동시에 개최한다. 전시에 대해 최유미 대표는 “구     들이 펼쳐진다. 명쾌한 문자가 아닌 불립문자에 가까운 추상의 흔적들에 ‘김
        상과 추상을 아우르는 두 작가의 행보는 현대사회의 다층적 외연을 드러내는        환기의 점화같은 집그림’을 설정한 것은 현대미술의 엘리트적 '추상형식'에 덧
        동시에, 치유와 판타지라는 측면에서 ‘초현실과 추상’을 넘나든다.”고 밝혔다.     댄 ‘인간의 기본구조-상형문자’ 같은 최소한의 재현성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들 작가의 시선을 좇다 보면 자연의 한가운데서, 개성 어린 나만의 세계를       우리가 잘아는 김환기-김창열-이우환 같은 대가들의 종착점은 추상화 경향
        확장하는 독특한 영감과 만나게 될 것이다.                         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이에 접근하기 이전 이들은 이미 전통화에 근간한 한
                                                        국적 정서를 감동과 울림/공감의 메아리 속에서 연결한 흔적이 있다. 김환기
        서유영 : 집-무리, 관계의 메아리                             는 달-매화-항아리를 녹여 이를 더 세련되고 현대화된 점화로 승화시켰고, 김
                                                        창열은 한국의 눈으로 재해석한 자연의 세계를 물방울로, 이우환은 한국의 전
        ‘집-무리(群집)’를 이루는 한국의 거주문화, 비슷한 듯하지만 같은 삶이 없는     통철학을 현대적 선과 점으로 추상화하면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
        것도 우리 안의 개성을 보여준다. 우주 안의 별무리와 같은 생(生)의 유니버스     랴”를 떠올리는 관계맺기 추상을 시도했다. 서유영의 집그림은 구상을 거친
        를 다룬 작품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서유영의 작품들은 집을 단위로 삼되        추상으로의 길이라는 공통점 때문일까. 1974년에 작고한 김환기(1913~1974)
        하나이자 전체인 우리 안의 세계관을 다양한 마티에르로 구성한다. 부딪히듯        의 1970년대 점화(點畵) 시리즈처럼 친근감에 더해 편안한 여백과 여유를 준
        어우러져 사는 모습들이 균형과 조화 속에서 '거주형태=생의 관계맺기’로 연       다. 별무리처럼 따뜻한 느낌을 주는가 하면, 밤하늘 저녁별을 같은 '한 사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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