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전시가이드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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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_꽃구름 따라, 162.2x97cm, Acrylic on canvas, 2023    김상희_ 찾으러 갈게 80.3x65,1cm, Acrylic on canvas, 2023
















                                                                    김상희
                                                                 꽃구름 따라
                                                                 80.3x80.3cm
                                                             Acrylic on canvas,
                                                                    2023



            사람'이 '하나씩 하나씩' 찍어나간 집들로 구성돼 연결된다. 작가는 우선 집의     요구되는 것은 단 한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즐기며 상상하는 것이다. 꽃구름
            틀을 짜고, 이를 연결해 하나의 유니버스-코스모스를 만든다. 결국 집이 관계      을 타고 두둥실 ‘상상여행’을 하다 보면,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내 안의 진짜 모
            가 되고 공간을 평면으로 단순화 한국인은 물론 언어가 다른 모든 이들이 공       습을 발견하는 흔치 않은 기회가 열릴 것이다. 자아의 장벽을 모두 허물고 진
            감할 수 있는 ‘구상적 추상화’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생으로부터 출발      짜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꽃구름 작가 김상희가 추구하는 ‘작업하는 마음’
            한 정신적 각성은 응집된 생명의 결정체인 집을 통해 완성된다. 불이 켜진 창      이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꽃구름은 나를 가장 앞에 두고 그린 감성그림”이라
            문의 색은 비어있는 또다른 차원의 공(空)으로 연결되어 무가치한 것, 아무것      고 밝혔다. 그래선지 작품은 확실히 ‘어둠-욕망의 그물망’에서 ‘밝음-미래지향
            도 아닌 것에 생명과 호흡을 불어넣는다. 작가의 구상은 기하하적 큐브로 구성      적 세계관’으로 확장 중이다.
            된 ‘차가운 추상’과 가슴으로 느끼는 직관적이고 뜨거운 ‘유기체적 추상’을 동
            시에 끌어안기에 '엄격하면서도 유머(해학)가 있는 의미’ 그림이 아닐까. 집 옆    작가의 기본적인 세계관은 인연의 이치를 의미하는 ‘연기설(緣起說)’을 바탕
            에 집이 연결되면 관계가 형성되고 집들이 늘어나 무리를 이루면 하나의 은하       삼는다. 현상의 상호 의존관계 속에서 무상하며 언제나 생멸(生滅)하는 움직
            수 같은 무수한 흐름이 생긴다. 집과 집으로 연결된 삶의 관계들, 집의 이합집     임의 법칙, “이것이 있으면 그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이 생긴다”
            산은 우리 삶 그 자체이고, 그 반복 속에 무한한 가능성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는 의미다. “끝없이 중첩되어있는 연기[重重無盡緣起]” 같은 꽃구름들은 우주
                                                            안의 모든 존재가 마치 그물과 같이 서로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현실
            김상희(FlowudK) : 상상(上上/想像)-변주, 꽃구름 타고             과 가상을 연결하는 기본적 모티브를 욕망의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인생의 움
                                                            직임을 시·공간적 논리 관계로 보는 여러 과정을 거쳐, 삶의 모든 경험들을 ‘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을 보노라면, 온갖 상상력이 발휘된다. 어린      꽃구름’에 치환한 연기로써 설명한다. 꽃이 생명이 있는 ‘물질’이라면, 구름은
            시절 키우던 강아지구름이 보이는가 하면, 봄 내음 가득한 꽃의 여러 형상들       허무하게 사라지는 ‘비물질’로 이루어진다. 이렇듯 ‘물질과 비물질의 합=꽃구
            이 순수한 마음을 일깨우기도 한다. 김상희 작가의 꽃구름이야기는 우리 모두       름’이 새 생명을 얻어 ‘동화 같은 현실’로 변주하는 것은 몽환적 판타지에 근거
            의 내면에 자리한 꿈과 무의식을 여는 말캉말캉한 본능과 욕망을 담는다. 실       한 해학적 단순성이 작품세계에 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내적 세계는 눈
            제로 본인을 ‘FlowudK’라고 명명한 작가는 ‘작가 자신을 구름+꽃’과 결합해 “  에 보이는 세계보다 더욱 현실적이다”라는 샤갈의 말처럼, 자신의 상상력을
            삶에 충실하라”는 메타포를 보여준다. 이른바 ‘상상변주(想像變奏)’, 하지만 그    최대치로 끌어올려 구축한 ‘꽃구름의 세계관’은 사진처럼 선명한 사실적 묘사
            림에서 보이는 상상은 구름에 담긴 다의적 의미처럼, 보이지 않는 곳까지 우       로 우리 앞에 자리한다.
            리의 시선을 ‘위로 위로(上上)’ 확장시키는 에너지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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