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전시가이드 2023년 9월 이달의 작가 이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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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의 풍경2-91`, 60.6x72.7cm, 한지에 옻칠 금분 2023
무위의 풍경 Ⅱ 인간, 물질과 비물질, 실제와 허구의 경계마저 허물어지고 모든 것이 나
이고 내가 모든 것이 되는 불이(不二)의 세상, 그러한 근원적 보편의 모습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의 시공간 위에서 나는 무엇이고 오는 곳이 어디 에서 펼쳐져 있는 본래 그대로의 모습이 곧 ‘무위의 풍경‘이지 않을까?
이고 어디로 가는가?”는 내 삶의 중요한 화두이다. 너무도 뻔한 사춘기 사유로 인한 한 개인의 각성은 쉼 없는 붓질을 있게 하고 그림의 제목이
적 번뇌는 평생에 걸쳐 나의 삶의 방향을 조정하고 붓질을 업으로 하는 된 ’무위의 풍경‘은 태초의 우주의 품처럼 가장 편안하고 따뜻한 곳, 가장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이렇듯 세상과 나에 관한 의문은 존재하는 모든 고요하고 평화로운 심연의 방에서 보여지는 현상계 너머 본질에 관한 사
것에 대한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것에서의 고찰을 있게 했고, 내 스스로가 유의 모습을 표상하고, 내가 만들어가는 순수의 빛으로 펼쳐지는 본시의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어느 사이 의식의 흐름은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정 근원적 풍경에 관한 성찰의 풍경이다.
신적이고 마음적인 것으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보여지는 것과 보는 것의 물질적 본질의 저 밑에는 영원하고 무한한 모
그 전환의 상황은 “목적의식이든 의구심에서 비롯된 탐구였던 그 지난한 든 것의 시작에서 있어 왔던, 오롯이 빛으로만 찬란한 “진성”이 있음이다.
시간 들을 뒤로하고, 작위적이고 계획되고 부자연스러운 그 모든 의지를 작업이 계속될수록 화면의 구성은 더 단순화되고 색의 사용도 단조로워
다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상태는 어떤 것인가? 또 그렇게 보여지는 지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구성과 색의 단조로움, 그리고 그에 수반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에 대한 성찰이다. 힘든 노동과 같은 작업의 과정은 오히려 고요하고 평온한 수행의 시간이
되기도 하는 듯 하다. 옻칠이 주는 깊고 묵직함은 내가 추구하는 작품의
그간의 작업을 있게 한 시간, 공간, 에너지에 관한, 즉 물리와 물질적인 세계와 상통한다.
고찰과 사유로부터 중중무진의 세상이 물리보다 더 근원적이고 설득력 작업의 과정이 까다로운 옻칠이긴 하지만, 내구성과 항구성이 뛰어나고
이 있으며, 더 합리적이라는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로의 자연스러운 재료의 가변성과 다른 소재와의 가합성이 모든 것을 품으며 모든 것의 변
이동을 가져왔다. 마음을 비우고 내맡김 으로써 관조가 가능하고, 더 나 화를 수용하는 우주의 속성과 닮아 있는듯하다.
아가 관조의 상태마저 넘어서는, 주체와 객체의 간극조차 사라지고, 신과 - 작업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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