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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찍으면서, 찍고 나서도 영화 연기는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연극을 준비 할 때는 화술,소리,연령대,몸짓모든것을철저하게준비하고몸을긴장시킨다.반면에영화는내가할수있 는 연령대의 역할을 맡고, 사실적이고,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고, 사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나 아 우라가 중요하다. 그래서 정문 감독이 나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을 찍을 때는 전혀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도 ‘오늘’을 보면 부끄럽다. 아무 연기도 안 한 느낌이다. 정문 감독이 ‘이 쪽에서 저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볼래?’라고 말하면 그냥 그렇게 했었다. 부산독립영화제 에서 ‘오늘’로 연기상을 받고 칭찬을 받을 때도 기쁘지 않고 속이 상했었다. ‘난 한게 없는데....... 영화 연 기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 역으로 배운다. ‘오늘’을 보면서 날 것, 박세재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연구한다.
최정문 세재배우의엄살이다.‘오늘’의스크린속세재배우연기는참으로편해보인다.
두 번째 작품인 ‘노포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노포동’은 사랑 이야기이다. 그래서 캐스팅 할 때 세재 배우가 제외 되었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하지만 다른 배우에게서 세재 배우가 가지고 있는 특유 의 아우라와 깊음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세재 배우가 워낙 노안이라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박세재 노안.......이미지캐스팅고맙다.
최정문 나도고맙다.‘노포동’을할때세재배우는진정한사랑을해본적이없던것으로알고있다.어
떻게 그런 감정들을 잘 잡아냈는가.
박세재 ‘노포동’은이별이야기다.‘노포동’을준비할때마침친언니가이별을해서매일날붙잡고울 었었다. 정문 감독도 실제로 이별을 경험하고 ‘노포동’을 준비했고, 이별 후에 한참 연락을 안 하다가 어 느날부터밤마다울면서전화오고,술마시다가울고,회먹다가도울고그래서나도같이울었다.사 랑도 안 해봤는데 이별을 연기 할 수 있었던건 친언니와 정문감독의 역할이 크다.
최정문 ‘노포동’은등산을하면서일어나는이야기다.그래서세재배우와스텝들과등산을많이했었 다. 헉헉대면서도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등산 후에는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 고. 함께 몸을 써서 그런지 ‘노포동’ 스텝들하고 제일 가까웠고 제일 재미있었다.
박세재 ‘오늘’에서어색하고부족했던부분들을‘노포동’에서어떻게채워야될지에대해고민을많이했 었다. 그래도 연극을 하던 습관 때문인지 연기하는 나의 모습에 거친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힘들게 등 산을 하는 상황에서 콧구멍을 크게 벌린다든지, 인상을 찡그려서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던지.. 그런 부분 을 정문감독이 많이 다듬어줬다.
최정문 기억난다.‘세재배우콧구멍좀.......’배우는연기에집중하다보면겉모습을신경쓰지않게된 다. 너무 당연한 것이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하지만 영화는 스크린으로 보여진다. 똑같은 연기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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