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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어떤 각도에서 찍는지, 어떤 사이즈로 잡는지에 따라 콧구멍이 커보이기도하고작아보이기도한다.배우들은그부분을어려워 하는것같다.카메라와친근하지않다보니자신이어떻게담기는 지 알지 못한다. 감독은 배우가 몰입해서 연기 할 때 지켜봐주고, 너무 심하게 콧구멍이 커지면 콧구멍이 크다고 말해 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세재 배우한테 모니터링 을 하도록 요구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재 배우를 위해서.
다음 영화인 ‘신탄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박세재 ‘신탄진’은둘다졸업을앞둔상황에서준비한졸업영화 였다. 그래서 졸업이라는 것,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우리의 모 습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시나리오 완고가 나오고 캐 릭터가 나온 뒤부터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오늘’ 이나 ‘노포동’ 때의 주인공은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신탄진’ 에서는 기차에서 내리는 능동적인 행동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 아야 했다. 그래서 왜 내렸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어떻게 반응할 까에대해이야기를많이했다.정문감독은그전영화들을준비할 때보다 훨씬 집요하게 물어봤었다. 남자 주인공을 어떻게 기다릴 지, 어떻게 바라볼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리허설도 엄청나게 했었다.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많이 준비하고 생각해서 그 런지 현장에서 급변하는 상황들을 인지하는 것이 쉬웠던 것 같다.
최정문 세재배우는노력형배우다.행동을하나씩만들고현장에 있는사소한것들에게도귀를기울이고말투,어미모든것을책임
지려고 노력한다. 자신에 대한 신뢰, 잘하고 있다는 믿음이 없으면 행 동을 못하는 배우이다. 그래서 신뢰를 주고 싶었다. 기차라는 공간은 가변적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 다. 예산이 부족하니까 치밀하게 계획해야 했었다. 그래서 기차 식당 칸 치수를 재서 똑같이 그려 놓고 앉아 리허설을 엄청나게 했다. 자판 기처럼 버튼만 누르면 연기가 튀어 나올 수 있도록. 기차라는 공간에서 돈 없이 찍어내기 위해선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
박세재 정문감독은치밀하게준비하고현장에서자유로움을준다.직 접 기차를 타고 연기를 하니까 준비한 것과 완전히 다르더라. 흔들리는 공간 때문에 자세가 안 나오고, 시비 거는 아주머니 때문에 집중이 안 되고. 리허설을 많이 하니까 이런 당황스러운 순간들에 당황하지 않게 되더라. 현장에서 정문감독과 대화를 하고 대안을 찾아냈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남자 주인공과 마주보고 아무 말도 안 하는 롱 테이크가 있다. 감정의 클라이맥스 부분인데 정문감독이 오로지 연기 에만집중할수있도록상황을만들어주었다.하필그날영화촬영구 경 온 지인들, 후배들은 촬영 현장 구경도 못했다. 스텝들도 숨 소리 도작게쉬게하고,집중할수있도록말도뻥긋못하게만들었다.정 문감독은 프리프로덕션 때는 귀찮게 굴면서 물어보다가도 막상 현장에 가면 놓아주고 열어놓고 상황을 만들어 준다.
최정문 이번여름에또다른영화를준비하고있다.부산독립영화협 회에서 지원해주는 세 편의 옴니버스 중에 한 편을 맡아서 연출한다. 네 여자의 이야기이다. 네 여자 중 한 여자로 세재 배우도 출연 할 계 획이다. 여태까지 맡았던 역할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게 될 것 같다.
설레고 두근거린다.
박세재 나도너무기대된다.정문감독과작업하기전에나는참딱딱 하고 굳어 있는 사람이었다. 연극 연기를 할 때도 어떻게 하면 릴렉스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런 찰나에, 굉장히 자유로 운 영혼인 정문 감독을 만나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여행가고 술 마 시고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너구리처럼 놀았다. 그 때 술도 엄청 늘었던것같다.정문감독과놀러다닌후부터내연기를보고다들변 했다, 풀렸다 라고 말해주더라. 참 감사하다.
한 감독이랑 세 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같이 성장하는 과정이 좋았다. 서로 더 나은 영화, 연기를 위해서 대화하고 노력하고 견제하는 파트 너가 있어서 행운이다.
최정문 누군가는한배우와세편의작품을연속으로하는것에대해 서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재 배우와 20대를 보내면서 사람, 배우에 대해서 더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 으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끝까지 견제해주고 응원하는 사이가 될 것이 다. 감사하다.
‘술은 위대하다!’로 인터뷰를 마치자. 세재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네 번 째 영화 ‘일광욕’도 많이 기대해달라. 영화는 11월에 열리는 부산독립 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
제5회 작은영화영화제 7월5일 늦은 7시에 최정문, 박세재 특별전이 중앙동 40계단 문화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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