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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자, 삶을 좀 더 단순하게 살아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진다. 부산파라다이스호텔의해운대해수욕장방향으로펼쳐진야외정원에조엘샤피로Joel Shapiro 의 작품이 서 있다. 행진하는 북한병사의 걸음걸이처럼 허리를 뒤로 젖히고 두 팔을 앞 뒤로 힘껏 저으면서 다리를 치켜들고 있는 과장된 포즈를 하고 있는 조형물이다. 일본 후쿠오카 역 근처 시티뱅크 건물 앞에도 조엘 샤피로의 동일한 에디션이 있다. 그런데 왜 이름을 달리 지었는지 궁금하다.부산파라다이스호텔앞조형물제목은‘무제Untitled ’이고,후쿠오카의조형물제목은 ‘걷다Walk ’이다.
1941년 뉴욕에서 출생한 조엘 샤피로는 머리와 몸통, 두 팔과 두 다리, 총 6개의 단순한 직육면체 오브제의 조합으로 인체의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해 왔다. 그의 조형물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 고 지극히 생략되어 있지만, 움직임의 특징은 고스란히 살아있다. 직선만의 조합이어서 자칫 딱 딱하고 경직되어 보일 수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힘있고 경쾌한 운동감이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장난스럽고 익살맞기까지 하다.
그의 작업은 전반적으로 미니멀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 작품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형상은 남자 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다. 사실 그의 작품에서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작가 스스로도 단순하게 표현된 자신의 작품을 두고 특정 인종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으니까.
더 좋게, 더 아름답게 꾸미고 치장하는 것에 익숙한 시대다. 술자리의 뒷담화처럼 과도한 상징 과 자기과시, 개인적 표현주의가 충만한 시대다. 과한 나머지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벗어나 허 둥거리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미술 작품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미술작품들이 그것에 취 해 달려가지만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라고 말리고 싶을 만큼 어색하고 불편할 것들이 많 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기능들을 과감하게 빼버린 애플의 제품처럼, 샤피로의 조형물은 과 잉의 시대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라고 권한다.
단순한 것을 이기는 것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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