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월간사진 2017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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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8-079)칼럼(중국)(수정)_월간사진 2017-08-23 오후 6:46 페이지 078
Column
중국 사진과 레몬시장
국제 무대에서 활약 중인 중국 사진가들을 만나기 위해 세계적인 컬렉터와 갤러리가 중국에 집결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 사진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전종균
알쏭달쏭 사진 가격 그렇다면 중국 사진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을까.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구체
중국의 사진시장을 이야기할 때 ‘레몬시장’만큼 잘 어울리는 단어는 없을 듯하다. 미국 적인 통계가 없다. 아직 중국 내에서 사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이에 대해 상하
경제학자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f)가 제시한 개념인 ‘레몬시장’은 영어에서 불량 이 사진 전문 갤러리 M97 디렉터 스티븐 해리스(Steven Harris)는 “중국 사진시장의 역
품을 의미하는 속어 레몬을 사용해 만든 경제 용어다. 실제로 구입해 보지 않으면 진짜 품 사는 대락 20년쯤 된다. 2차 시장에서의 가격이 확고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질을 알 수 없는 제품이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그런 시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으 다. 또한, 갤러리는 물론 중국 미술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 중인 ‘포토페
로 인해 비정상적인 선택이 이루어진다. 일례로 제품의 품질을 잘 아는 판매자와 구매하 어상하이’도 정확한 정보 공개를 꺼려한다. 현재 중국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건
기 전까지는 품질을 알 수 없는 구매자가 공존하는 중고차 시장을 들 수 있다. 서예와 수묵화 같은 전통 그림이다. 사진의 설 자리가 좁다는 얘기다. 전통과 문화를 중
경제학에서나 사용될 법한 용어인 ‘레몬시장’을 언급한 건, 단순한 정보와 수치로는 중국 요시하는 중국인의 성향에서 기인한 특징이다. 중화사상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사진시장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전 세계 사진시장을 조목 대신 간접적인 유추는 가능하다. 2015년 ‘아트프라이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5
조목 설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시장 관점에서)사진이 포함된 미술시 년 사진시장에서 가장 높은 작품 가격을 기록한 중국 사진가는 장후안(張洹)이다. 작품
장을 완벽하게 분석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2015년 상반기 ‘아트프라이스 보고서’ 기준 한 개의 최고가는 약 7억 원($639,344)이었으며, 총 매출액은 약 15억 원($1,347,565)
전 세계 미술시장 매출의 고작 1%를 차지하는 사진시장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는 이었다(히로시 스키모토의 총 매출액은 약 38억 원). 또한, 중국 미술시장정보업체인 아
건 난센스라 할 수 있다. 이를 다시 지역적으로 살펴본다면, 1%에 불과한 사진시장에서 트론(Artron)이 공개한 경매 결과에 따르면 중국 내 사진작품의 가격은 평균 1,000만 ~
중국은 백분율조차 표시되지 않는 ‘그 외 국가’로 분류된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각각 2,000만 원 수준이며, 2016년 ‘PHOTOFAIRS 상하이’ 작품의 평균 가격도 600만 ~
54%와 26%를 기록한다. 1,700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진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세계 추세
중국은 경매 매출이 한화로 4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전 세계 미술시장의 톱클래스다. 그 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까.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필립스(Phillips) 사진 경매의 감정
런데 이런 중국 시장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0.5%(약 225억 원)에 불과하다. 가를 보면, 토마스 스투르스의 ‘페르가몬 박물관 4(Pergamon Museum IV)’이 약 1억 3
약 86%(약 3조 8천억 원)를 차지하는 유화와 비교조차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 천만 원, 이모젠 커닝햄의 ‘목련꽃(Magnolia Blossom)’이 약 9천만 원, 칸디다 회퍼의
구하고 우리가 중국 사진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이는 예 ‘스칼라 극장 2(Teatro alla Scala Milano II)’가 약 4,500만 원이다. 참고로 2016년 미
술적인 면과 시장성 둘 다에 해당된다. 최근 중국에서 사진시장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고 술시장에서 수묵화로 유명한 추이루줘(崔如琢)의 작품은 약 450억 원, 푸바오스(傅抱石)
있다는 점과 세계 사진 무대에서 많은 중국 사진가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는 약 400억 원, 장다이첸(張大千)이 약 398억 원을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사진과는 비
2000년부터 지금까지 사진 가격이 50% 가깝게 상승했다는 분석이 있지만, 주지하다시 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통 그림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 전 세계적으로 사진 가격은 그리 높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사진의
평균 가격은 약 1,140만 원($10,000)으로 회화의 1/6 수준이다. 2016년 기준 공식적 중국 사진, 어디로 흘러가나
으로 가장 비싼 사진은 안드레아 구르스키의 ‘라인Ⅱ(Rhein Ⅱ)’다. 한화로 약 49억 원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 중국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유독 강한 나라다. 정부와 자본가들
($4,338,500) 이다. 그 뒤를 잇는 건 약 45억 원($3,973,000)을 기록한 리차드 프린스 모두 민족의 역사를 상징하는 문화·예술(예를 들어 고미술)에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의 ‘정신적인 미국(Spiritual America)’과 약 44억 원($3,890,500)을 기록한 신디 셔먼 아끼지 않는다. 사진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에서 사진은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으
의 ‘무제 96(Untitled #96)’이다. 반면, 회화 가격은 상상 이상이다. 2016년 경매에 출품 로 인식되어 있다. 그동안 카메라를 소유할 수 있는 건 주로 기자들이었다. 정보 전달이
된 작품만 보더라도 회화와 사진 간의 큰 격차를 발견할 수 있다. 2016년 가장 비싼 작품 사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던 셈이다. 그만큼 프로파간다적(선전, 선동)인 성격이 강했
은 크리스티 뉴욕에서 약 928억 원($81,447,500)을 기록한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 다. 마오쩌둥(毛澤東) 주도 ‘문화대혁명’ 시기의 사진들이 대표적인 예다. ‘모두가 동지’
(Meule)’다. 그 다음으로는 윌렘 드 쿠닝의 ‘무제 25(Untitled XXV)’가 약 756억 원 이자 ‘마오쩌둥이라는 아버지 아래 모인 가족’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
($66,327,500)을, 파블로 피카소의 ‘앉아있는 여인(Femme assise)’이 약 721억 원 위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을 보는 듯했다. 당연히 사진에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이입하는
($63,220,336)을 기록했다. 만약 기간을 2016년에 한정짓지 않고, 범위를 개인 거래까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지 확장시킨다면 회화 가격은 수천억 원을 호가한다. 사실 20세기 초 중국 사진을 보면 살롱사진 성향이 짙었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회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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