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월간사진 2018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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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113)피플-아트컬렉터 구본창(6p)최종OK_월간사진 2018-01-19 오전 5:38 페이지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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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의 수집 본색
사진가 구본창이 무명의 젊은 사진가 작품을 처음 구입한 것은 30년 전쯤이다. 젊은 작가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시작한
그 소소하지만 뜻 깊은 행동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에디터 | 김민정 · 디자인 | 김혜미
제자들과 함께 한 사진가 구본창
“누군가가 골라내고 아낀 것. 오랜 세월 사람들의 손에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자신의 작품을 구 열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그리 오래 가
닿아 닳으면서 품위를 지니게 된 것들. 내게 명품이란 입해준다는 것은 작가로서 인정받았다는 의미 아닌가. 지 못했다. 사진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작가와 컬렉터
그런 것이다.” 사진가 구본창이 자신의 저서 <공명의 당시 한국에서는 사진작품을 파고 사는 것이 흔치 않 를 이어주는 좋은 갤러리가 많아야 하는데, 국내 상황
시간을 담다>에 남긴 말이다. 그는 시간 속에서 점차 던 시절이라 내 작품도 판매가 신통치 않았지만, 내 자 은 그렇지 못했다. 작품은 좋은 공간에 전시되었을 때
잊히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작품 신이 그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아트 컬렉터의
속에 녹여낸, 한국 현대사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시작한 일이다.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사진 전시 공간이 많이 늘어났으
예술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구본창의 작품세계 모든 학생의 작품을 소장할 수는 없다. 작품 컬렉션 기 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공간에서 참신한 기획의 전시
를 이해하려면 ‘수집’의 의미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그 준은 무엇인가? 가 많이 열려야 사진이 얼마나 현대적이고 예술적 가
는 오래된 전시 포스터, 지인이 보내온 엽서, 벼룩시장 작품이 지닌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노력에서 치가 높은 매체인지 더 많이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서 구입한 빈티지 인형 등 자신의 마음을 건드린 오 오는 보이지 않는 축적된 힘을 사랑한다. 크리틱을 귀 젊은 작가들에게 힘이 되는 조언을 해준다면?
브제를 소중히 간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 제 담아 듣고 발전시키는 젊은 학생들에게 마음이 간다. 작가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자들이 구본창 작가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작품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남의 것을 흉내 낸 믿는다면 끝까지 버티고 노력해야 한다. 그 재능은 가
<Happy Memories>(류가헌)전과 2011년 열린 <구 작업이 아닌, 특별한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의 가치를 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본창>(국제갤러리)전을 통해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여 높게 평가한다. 발전시킬 수도 있다. 만약 가능성이 보인다면 주변에
실히 보여주었다. 주목할 점은 그의 수집 목록에 제자 사진계 대선배이자 스승이 자신의 작품을 구입했다는 서 많은 칭찬을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너무
및 후배 사진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사 사실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작가님에게도 빨리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문제다. 간혹 몇 년의 기다
실이다. 오랜 독일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 잊지 못할 존재가 있었을 것 같다. 림도 없이 작가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작가로 성
온 후 사진 교육에 힘쓰는 과정에서 신진 작가를 물심 독일 유학 당시 처음 인연을 맺은 홍순태 작가님이 나 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품에 대한 열정
양면으로 지원해온 것.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에게 그런 존재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교류를 이어 은 물론 폭넓은 경험도 갖고 있어야 한다. 많은 시간을
만 참된 스승이 되는 것은 더욱 어려운 법. 그 두 가지 갔고,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 작가로, 공들이는 과정에서 남과 비교될 수 없는 작품을 선보
를 모두 이뤄낸 구본창 작가를 만났다. 그리고 사진 교육자로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도 여야 작가로 살아남는다. 그런 사람이라면 저절로 때
움을 주셨다. 가 올 것이다.
신진 작가 작품 구매를 오래전부터 이어온 수집과 기 한국 사진 시장은 여전히 침체되어 있다. 예술품 컬렉
록의 측면에서 해석해도 될까? 후배 사진가들의 작품 터들이 한국 사진가들의 작업에 관심을 갖게 할 방법 구본창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5
을 구매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 있을까? 년 한국 사진예술의 지적 수준과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미술 부문 대
1980년대 중반, 신구대학교 사진학과에서 강의를 맡 1990년대 말, 국내에서 갑자기 사진 붐이 일었다. 예
통령 표창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휴스턴 뮤지
았다. 나 역시 작가로서 시작하는 입장이었지만 사진 술사진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엄 오브 파인아트,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
에 열의를 갖고 작업하는 젊은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 사진가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2000년대 초반까지 그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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