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PHOTODOT 2018년 5월호 VOL.51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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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휴스턴 포토페스트 비엔날레’의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는 오전 9시 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부터 시작해 1:1 매칭 된 리뷰어를 만나 20분간 리뷰를 듣고, 10분간 쉬는 것 한경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해 졸업했다. 이번 휴스턴 리뷰에 가지
을 반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포트폴리오 리뷰는 이와 비슷한 고 간 포트폴리오는 《MONAD》이다. 그는 사진을 직접 찍지 않는다. 인터넷
구성으로 진행된다. 하루에 4명이나 5명 정도를 직접 만나 리뷰를 받는다. 의 ‘구글링(Googling)’을 통해 발견된 이미지(founded image)를 채집해 사
사진축제의 성격이나, 혹은 리뷰를 받고자 하는 사진가의 성향에 따라, 다소 용하는 방식이다. 작가 자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이미지처리 프로세싱인
차이는 있지만 20명 안팎에서 리뷰를 받을 수 있다. 포트폴리오 리뷰를 마치 ORE 기법(ORE Method)은 어도비사의 포토샵 CC버젼에서 제공하는 이미
면 이후에는 주변 갤러리를 둘러보거나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하루 일 지처리 기능과 필터를 조합하여 표준화한 방식이다. 모든 존재의 기본 실체
정은 대략 9시 정도에 끝이 났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 나우작가상’을 수상 인 ‘모나드(Monad)’를 구현하기 위해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형상화한
한 김영수 사진가와 ‘돌아올 “歸”- The returned’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박 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과 ‘인공지능(AI)’, ‘세월호’와 ‘광화문’ 등은 하
찬호 등이 참여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반응도 다채로웠다. 나의 콘셉트로 군집되고 이러한 이미지들은 비틀거나 응축되어 형체가 사
라지고 그 흔적은 조형의 최소 단위로 도출된다. 이처럼 최소 단위의 형상
다큐멘터리 사진가 박찬호가 리뷰를 받기 위해 휴스턴까지 가지고 간 작품 (figure)을 지닌 색은 옵아트(Optical Art)적 추상성을 드러내며 함의적 언어
은 2016년의 개인전 작품 《돌아올 “歸”- The returned》 연작이다. 돌아올 로 표상된다. 주역의 동양사상을 기반으로 한 《Monad》 작품은 새롭다는 평
‘귀’는, 여러 가지 중의적인 뜻을 내포한다. 귀신을 뜻하거나, ‘돌아온다’라 가와 함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는 의미 등을 담고 있다. 첫 촬영을 안동 광산 김씨의 향제에서 시작해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 는 반드시 “무엇을 찍어야겠다.”라는 생각 없이 그런데 사진가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리뷰를 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짧은
촬영이 지속하였다. 촬영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 2학년 때 돌아가신 어머니 시간, 사진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거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최
의 죽음에 관한 트라우마 때문에 이러한 작업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 상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리뷰어의 피드백을 통해 세계적인 작품 추세와
게 된다. 그는 거시적인 안목이나 어떤 사명감에서 비롯된 작업이 아닌, 지 경향에 맞는 작품 평가와 조언, 방향 등을 모색할 수 있다. 수준 높은 작품이
극히 개인적이며 미시적인 작업이라 말한다. 또한,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 라면, 인터넷 및 소셜 미디어 등 멀티미디어에서의 소개, 잡지 등 출판물 게
하고, 아픔이 사라져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도 꺼낸다. 남성 위주의 재, 갤러리, 박물관 등의 개인전 초대, 작품구매,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의 기
귀족적이고, 양반 주의적인 제의라고 볼 수 있는 유교식 제의와 이와는 상반 회가 생각보다 쉽게 찾아와 단시간에 국제적인 사진가로 발탁되기도 하며
된 민초적이고, 서민적이며 여성이 주측을 이뤄 제의를 지내는 무속식 제의 외국의 경우 많은 사진가가 자신의 작품을 알릴 기회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
들을 사진에 담아 왔다. 최근에는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고 죽기를 반 로 자신을 홍보한다.
복하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의 죽음 관을 담고 있다. 일테면 불교식 천도재
와 다름없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어린 나이에 암 투병 중인 어머니 병간호 사진가들이 작품을 직접 홍보하는 일은 여전히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언어적
를 하면서 일찍이 죽음을 마주했다. 어머니는 끝내 돌아가셨고 그 시간은 오 장벽도 큰 이유 중 하나이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평
롯이 트라우마로 잠재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고, 늘 그리웠던 어 가받고, 알릴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력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까
머니는 짧은 몇 년 암 환자로 침대에서만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작가는 그리 닭에 해외 작가들에 비교해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포
운 어머니를 제의적 공간에서나마 교감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는 이 작업을 트폴리오 리뷰 행사가 점차 많아지고 있고 한국에서 리뷰 참여에 관련된 관
시작하고 성격이 바뀔 만큼 마음에 평안을 얻었다. 박찬호 작가의 진솔한 이 계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과거와 다르게 작품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좋은 기
야기로 시작된 《돌아올 “歸”- The returned》 작업은 이번 리뷰를 통해 해외 회가 올 수도 있는 환경이 도래하고 있으므로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진전에 초대받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현재 오가는 중이라 앞으로의 행 미 완성된 작품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진행 중인 작업이라도 앞으로의 작업
보가 기대된다. 방향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 사진가를 한층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꼭 리뷰를 받아 보길
이번 리뷰에 참여한 또 다른 사진가, 김영수는 올해 나우 작가상을 받기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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