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PHOTODOT 2017년 4월호 VOL.41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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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해질녘 우연히 들르게 된 고향 마을은 넓어진 도로와 새로운 건물들이 기억 속에 아련
한 어릴 적의 정경을 애써 대신하고 있었다. 알록달록해진 집들과 지붕들, 집집마다 여전히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니, 잊었던 옛 시절의 이야기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삶을 통한
경험과 사유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집들은, 그날 이후 단순한 주거나 활동공간 이상의 더욱 친
숙한 소재와 의미로 다가왔으며, 그 지극히 개인적 단상을 사진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본 작품, 〈鱗 (비늘 린, Scales)〉 의 동기가 이러하다 보니, 선택된 하나의 프레임으로 완성되는 사
실적인 기록으로서의 사진보다는, 마치 비늘조각을 한개, 한개 이어 맞추는 듯한 방법으로 그 형
식을 구상하게 되었다. 가능한 여러 종류의 가옥이나 건물을 찾아 다니며 촬영을 하였고, 이것들
을 아주 작은 크기로 수백 개, 많게는 수천 개씩 프린트한 다음, 집의 생긴 모양대로 하나씩 오려
내었다. 이렇게 준비된 수많은 이미지의 파편들을 다시 캔바스 위에 이어 붙혀가는, 반복적이고
고된 장기간의 수작업을 지난 수 년간 계속해왔다. 마치 형상과 기억의 무수한 조합으로 이루어
진 한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본 작업을 통해 재구성하며 성찰하는 동안, 삶을 단순한 생성과 소
멸이 아닌, 존재의 변화와 반복으로 이해하고 싶게 되었다. -작가 작업노트
© 추영호, 도시의 생활 하노이, 116.8cmX91cm, 사진콜라주 캔버스, 2014
(좌) 도시의 생활 하노이 제작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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