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월간사진 2018년 6월호 Monthly Photography Jun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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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전시인 <공인되지 않은 담론자들>(~6.24)에서 정정호 작
가의 <Architype 7017> 작품을 보고 순간 눈을 의심했다. 분명 작년에 시민공원과
산책로로 확 바뀐 ‘서울로 7017’의 공사 현장을 찍은 사진인데, 마치 땅 속에 묻혀
있던 유물을 발굴했을 때처럼 낯설고 오래돼 보였기 때문이다.
추억은 장소와 함께 기억된다. 같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라면 그 장소에 대한 기
억도 함께 갖게 된다. 정정호는 일순간 사라진 장소로 인해 함께 소멸되는 공통의
기억에 주목했다. 그 대상은 바로 서울역 고가도로다. 2016년 공사를 시작한 이곳
은 지난 40년의 역사를 묻어두고 완전히 새롭게 변모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모든 것이 사라졌을까? 작가는 “그곳을 근간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수와 낡은 콘크
리트 구조물이 견딘 시간만큼 다양한 기억들이 겹겹이 쌓이고 합쳐진 상태”라고 말
한다. 그런 의미를 담아 ‘과거인 척’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것은 숨 가쁘게 변화
하는 대상에 엮인 공동체의 기억을 들춰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미지 프린트 및 자르기
작업을 위한 사이트 헌팅 및 실제 촬영 사포, 돌 등을 통한 이미지 훼손
#1 이미지 아카이빙 #2 오래된 프린터로 출력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당시, 작가는 꾸준히 현장을 찾았다. 오랫 선별된 이미지를 프린트할 때 작가가 소유한 낡고 고장 난 프린터를 이용했다. 흥미
동안 한자리를 지켰던 서울역의 탈바꿈은 그의 관심을 끄는 대상이었다. 어디서 어 로운 것은 품질 좋은 프린터로 선명하고 깔끔하게 인쇄하는 게 아니라 색감이 바뀌
떤 방향으로 찍을지 구획별로 나눠 체계적으로 이미지를 수집했다. 서울역 고가도 면 바뀌는 대로, 오류가 나면 나는 대로 흠이 있는 결과물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로의 몸통과 서울역 근방의 지역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이미지가 쌓였다. 그의 말에 실제로 프린트기의 토너가 막히는 바람에 빨강, 파랑 혹은 흑백 계열의 예상치 못한
따르면 결국 쓸 만한 사진은 많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만큼 까다로운 선별 과정을 색으로 출력됐는데, 작가는 그러한 우연의 요소도 작업으로 끌어들였다. 처음부터
거쳐 이미지를 추려냈다. <Architype 7017>에 사용된 사진은 모두 공사 중이던 현 의도적으로 낡은 기계를 사용한 건 아니지만 고장에 의해 어디로 튈지 모를 거친 이
장에서 직접 찍었다. 단, 포함된 지도 이미지는 서울역 근방에서 촬영했던 스팟들이 미지가 작업의 방향과 잘 맞아떨어졌기에 오히려 그 점을 마음껏 활용했다.
한눈에 보이는 것을 리서치를 통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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