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월간사진 2018년 6월호 Monthly Photography Jun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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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079)스페셜2-인생한컷_최종_월간사진  2018-05-23  오후 9:58  페이지 078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3, 4위전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영표가 경기 종료 후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


                                        스포츠는 우리 삶의 축소판 같다. 그 짧은 순간에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다 느낄 수 있다.
                                    선수들의 눈빛, 감독의 손동작, 뒷모습 하나에도 감정이 담겨있다. 그런 찰나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순간순간이 모이면 스포츠 중계로는 알 수 없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
                                       각본 없는 ‘라이브’
                                       장면1_ 2011년 1월 28일. 카타르 알 사드 스타디움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3, 4위전 우즈베키스탄전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영표가 경기 종료 후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는 모습이다. 당시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 이영표의 은퇴 이야기가 흘러나왔었다. 확실한 정보가 아니었던지라 반신반의했는
                                       데, 이 장면을 보고 그의 은퇴가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영표라는 선수 때문에 축구를 보기 시작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스포츠 사진기자가 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장면2_ 2016년 6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제주유나이티드 정영총 선수 부모님이 아들의 골 장면을 보고 환호하는 모습이다. 정 선수의 어머니는 경기 내내 두 손을 모으
                                       고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는데, 정작 아들이 볼을 잡을 때면 눈을 꼭 감고 계셨다. 데뷔 첫 해, 상대 선수와 충돌한 정영
                                       총이 그라운드에서 의식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런 안 좋은 기억 때문이었을까. 어머니는 아들이 플레이 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
                                       지 못했다. 그 모습이 짠해서 경기 내내 부모님을 지켜봤고, 마침내 전반 41분 정영총이 골을 넣는 순간 부모님의 표정을 담을
                   구윤경
                                       수 있었다. 그 골은 아들의 프로 데뷔 골이었다.
                   스포츠 공감 대표이자 다음에서
                   <구윤경의 포토카툰>을 연재 중   장면3_ 2016년 7월 30일. 수원종합운동장
                   인 스포츠 전문 사진기자다. 주   무더운 여름날 두꺼운 옷을 입은 수원FC 마스코트 인형이 관객 호응을 유도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
                   로 축구장에서 사진을 찍는다.
                                       쯤 볼보이 꼬마가 인형에게 생수병을 건넸고, 이내 인형은 괜찮다는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아이는 병뚜껑을 열어 다시 한 번 인
                   축구장에서의 ‘사람 이야기’, 우
                   리들의 ‘사는 이야기’를 담으려   형에게 물을 건넸다. 두꺼운 장갑 때문에 마스코트가 뚜껑을 열지 못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무더운 여름밤,
                   고 노력한다.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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