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월간사진 2018년 6월호 Monthly Photography Jun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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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묻어 이미지 변질 시키기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보정
목탄 등을 통한 이미지 변형 최종 프린트
#4 스캔의 오류까지도 작업으로
작가의 의도대로 낡고 훼손된 이미지는 스캐너 위에 올라 재가공 과정을 거친다. 원
본을 그대로 노출시키지 않고 다시 스캔을 하는 이유는 원본 자체가 너무 날 것의 이
미지라서, 또한 스캐너의 자연스러운 흔적들을 작업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앞서
프린트 과정부터 우연의 요소를 작업에 포함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작가가 갖고
있던 기계들은 습한 곳에 오래 방치되어 있던 터라 닦이지 않는 먼지와 곰팡이 자국
도 있었다. 작품을 보면 그 흔적들이 그대로 보인다. 구김과 요철에 의해 핀이 맞는
부분은 세밀하게, 떠 있는 부분은 뿌옇게 표현되었다. <Architype 7017>은 전부 이
스캔 과정을 거치는데, 특히 원본 사이즈가 작아 확대 스캔할 때 스캔의 오류가 많았
다. 지금은 완전히 고장 나서 버렸지만 작가는 그때의 작업 의도와 낡은 기계의 만남
은 완벽한 조합이었다고 말한다.
최대 해상도로 스캔
#3 이미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다 #5 마지막 보정 후 최종 프린트
“누구나 찍을 수 있는 매끈한 사진보다 주관적이고 러프한 사진이 매력적이다.”라 스캔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보정작업을 한다. 스캔 받은 이미지는 색이 틀어지는 경
고 말하는 정정호는 사진을 단순한 기록 수단이 아닌, 작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만 우가 많아 다시 톤을 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종 프린트로 사용하는 종이는 하네뮬
드는 오브제로 보았다. 그는 프린트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변형된 이미지를 더욱 레 저먼 에칭이다. 판화지처럼 결이 있는 인화지로 주로 사진을 그림처럼 보이게 하
적극적으로 훼손했다. 기억 속 과거 어느 시점이 회상될 정도로 낡은 이미지로 만드 는 작업에 많이 이용된다. 이로써 작업의 최종 결과물은 그의 손맛과 낡은 기계, 로
는 것이 목표였다. 일부러 매트한 종이를 선택해 훼손이 쉽도록 하였고, 그 표면을 우 테크놀로지를 통해 완성된다. 그런 그의 오브제는 아스라이 사라질 저마다의 기
구기고 사포나 돌로 긁어 요철을 만들었다. 목탄을 칠해서 오래된 느낌을 연출하기 억들을 붙잡아 이미지에 불어넣은 것 같다.
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정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조형성이다. 종이의 가장자리 * 작업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 작업입니다.
를 찢어서 정교하게 형태를 만들어 나가고, 테이프 자국을 외곽에 그대로 남겨 조형
적 변화를 주었다. 그 밖에 색이 번지도록 물을 뿌린다거나 심지어 이미지를 땅에 정정호 어떤 특정한 지역이나 자연 현상의 리서치를 통해 사건이나 사물에 관한 특징을 사진
묻기도 했다. 오래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여러 변화를 주었지만 결과적으로 작품 으로 어떻게 새롭게 표현할 수 있는지 특정 사건과 사진 매체의 호응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주
요 전시로는 갤러리 정미소에서 개인전 <Architype 7017>(2016), 호주 현대사진센터에서 개
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다.
인전 <fragment>(2015)을 가졌다. 현재 경기창작센터 입주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