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월간사진 2017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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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25)Inside Photo-준코리아(조준태)-최종OK_월간사진 2017-02-21 오전 10:51 페이지 124
101586, <Still Lives: Neighbors>
화양연화, 찰나의 순간
싸했던 감정은 가슴에 사무치는 외로움이 달래지는 그 순간의 감정인 것 같다. 타인이 보기에 준코리아는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다. 외로움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 하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와 현관 문턱을 넘어서는 일이 힘겹게 느껴졌다고 한다. 아침
일찍 눈을 떴을 때 혼자라는 사실도 그를 쓸쓸하게 만들었다. 순간의 행복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인형이라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
했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박제한다면 행복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처음부터 섹스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자신과 관계를 맺기 위해선 사람 크기의
인형이 필요했는데, 이에 부합되는 것이 섹스돌이었을 뿐이다. 이름도 영원을 의미하는 ‘Forever’와 인류 최초의 여성 ‘Eve’를 합성해 에바(Eva)라고 지었
다. 그녀가 집으로 배달된 시점부터 작가는 모든 일상을 에바와 함께 공유했다. 밥을 먹고, 쇼핑을 하고, 함께 잠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겐 소소한 행복
이었다. 놀랍게도 상처받은 가슴에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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