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월간사진 2017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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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25)Inside Photo-준코리아(조준태)-최종OK_월간사진 2017-02-21 오전 10:51 페이지 125
1만 달러의 비밀
에바를 그의 거주지인 뉴욕으로 데려오는 데 필요한 비용만 1만 달러(약 1,200만 원)였
다.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는 컬렉터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거절
당했다. 이후 여러 예술재단에 작업 계획서를 제출했고, 결국 펀딩을 받았다. 에바를 전달
받았지만 넘어야 할 관문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공공장소에서의 촬영이 문제였다. 에바
(24kg 정도의 무게)를 옮기기 위해선 마트 카트를 이용해야 했는데, 카트에 사람이 탄 것
으로 착각한 행인들이 그에게 몰려든 것이다. 작가는 그때 찍힌 사진이 몇 장인지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아마 그 사진들은 지금도 SNS 여기저기에서 공유되고 있을 것이
다. 이렇게 완성된 작업이 <Still Lives: Eva>다. 작업이 공개되자 준코리아는 미국에서 유
명세를 탔다. 이와 함께 섹스돌이라는 소재와 여성의 상품화에 대해 활발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전시를 개최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는 과거 준코리아의 지원
요청을 거절했던 컬렉터도 참석했다. 그의 작품을 본 컬렉터는 “조작가, 당신이 진짜 이
미친 짓을 성공적으로 해냈군.”이라고 말하며 작품 세 점을 구입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그 금액은 딱 1만 달러였다.
102464, <Still Lives: Neighbors>
외로움이라는 공감대
그는 독특한 사진적 실험을 한다. 섹스돌(에바)이라는 소재 탓에 우리나라보다 개방적인
문화를 지닌 일본에서의 반응이 더 뜨겁다. 자국에서 만들어진 인형을 소재로 한다는 점
때문인 듯하다. 다만, 그의 작업이 한국 사진계에 녹아들기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
상된다. “예술은 때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생각할 수 있도
록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풍토에선 거
부감을 키울 공산이 크다. ‘인간의 외로움’을 말하고 있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소재가 갖고 있는 스테레오타입을 다소 폐쇄적인 국내 성(性)문화, 그리고 페미니즘과
어떻게 절충시키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계속해서 은유적으로 선정
적이지 않게 표현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정공법으로 표현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
미로울 듯하다. 준코리아의 더 많은 작업은 그의 홈페이지(www.junekorea.com)에서
095537, <Still Lives: Neighbors>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