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PHOTODOT 2017년 3월호 VOL.40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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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욕망의 메트로폴리스》환영의 도시 - 안세권
망원 파노라마로 부산의 도시를 은유하다
안세권의 〈해운대〉시리즈
글_박윤채 기자(yoonbluu@naver.com) 재사건이 일어나 불과 이십여 분만에 건물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는 소식
도시를 조망할 수 있도록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왔다. 특별히 을 접했다. 다 타버리고 난 그 자리를 찍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다. 촬영 당
도시라는 대상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시 그곳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바닷가에 왜 그렇게 높은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를 둘러싼 도시의 공간과 환경에 대 건물을 짓는 걸까’ 그리고 욕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해운대 파노라마〉
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도시에 왜 왔나’, 혹은 ‘왜 여기에 있나’ 작품 왼쪽 부분에 그 화재로 사라진 건물터가 있다.
등 연결되는 물음들을 던지다보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도 맞닥뜨리게 된 도시를 표현하는 작가만의 관점이 있나?
다. 그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나아가 사회와 도시 공간으로 생각의 물론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사진에서 ‘본다’는 것이 중요하다. 필
범위가 넓어진다. 일례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모여든다. 나 역 름 사이즈는 국제적으로 종횡비가 정해져 있지만 우리는 그 종횡비대로 세
시 그중 한 사람이고. 이러한 사회 현상을 보며 ‘왜 도시가 형성돼 존재하고 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만약 여러 사람이 함께 산에 올라 드넓은 경치를 본
있는지’, 또 ‘어떻게 생성과 소멸을 거쳐 변이되어 가는지’ 다양한 시각으로 다면 각자 원하는 곳에 시선을 두고 나름대로의 전망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
도시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고 곧 주변의 나무, 하늘로 시선의 이동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큰 풍경에서
그동안 주로 사라지는 도시 경관에 주목해왔는데 이번에 전시한 도시 전경 부분만 잘라서 보는 것도 하나의 보는 방법이다.
사진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해운대〉시리즈는 어떤 계기 그렇다면 이번 작업에서 부산의 해운대는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로 촬영하게 되었나? 같은 도시를 찍더라도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로 나
도시의 생성과 소멸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생성이 되는 것보다 사라지는 타나는데, 특별히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는 도시에 어떤 암호가 존재한다
것에 초점을 맞춰 곧 사라질 동네, 재개발 지역의 공사 현장 등 오래된 마을 고 보고 은유적으로 표현고자 했다. 클로즈업하여 표현했기 때문에 보이는
을 마치 영정사진처럼 아름답게 혹은 처연하게 남기는 작업을 해왔다. 반면 기표들로 암시된 것들을 유추하며 보게 되는데 이 또한 재미있는 보는 방법
〈해운대〉시리즈의 부산 해운대 공간은 높이 솟아있는 빌딩들과 같은 수직 인 것 같다.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한 의도는 마치 재개발로 공간이 변이 과
적인 이미지로 내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작업은 한 정을 겪듯 해체 후 새로운 무대가 만들어지는 도시가 미래에 대한 욕망을 가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2010년 10월 즈음에 해운대 근처 초고층 빌딩에 화 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변화하는 도시를 상징적으로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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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indb 110 2017-02-22 6: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