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PHOTODOT 2017년 3월호 VOL.40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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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세권, 해운대 파노라마,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50×150cm, 2014
싶었다. 이번 ‘욕망의 메트로폴리스’ 전시의 주제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나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이루었다. 거의 전시의 개념을 잡아주는 작품이
네 장의 파노라마로 연결된 7m 50cm 사이즈의 거대한 작품〈해운대 파노 라고 할 수 있다.
라마〉와 같이 망원 파노라마로 작업하는 것이 흥미롭다. 전시장에 확대경 루페와 필름을 같이 디스플레이한 방식이 색다른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넓은 경관을 잡으려고 넓은 렌즈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렇게 전시한 의도는 무엇인가?
만약 중요한 대상이 멀리 위치한다면 넓은 렌즈로는 더 멀어질 뿐, 보고 싶 루페를 놓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뷰카메라(대형카메라)에서 초점을 맞
으면 그 부분을 당겨 와야 한다. 전망대에 올라가 멀리 있는 것을 보기 위해 추는 방식이 루페로 필름을 들여다보는 행위와 같은 맥락이고, ‘어디에 초점
망원경을 사용하듯 말이다. 망원경과 마찬가지로 어떤 생물을 현미경으로 을 맞춰야 하는가’, 작가는 ‘무엇을 확대해 봐야 하지?’하는 물음이 있다. 루
확대해 들여다보면 전혀 몰랐던 구조나 세포까지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페로 들여다볼 때 누구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함께 전시한 것이다. 또 하나
장치들은 호기심과 자기 관심사를 더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망 는 개인적인 이유인데 필름을 고르던 중에 갑자기 ‘필름 이미지가 이렇게 좋
원경과 현미경처럼 망원 파노라마를 통해서 도시를 만들고 싶었다. 망원 파 은데 사진이 왜 꼭 프린트돼서 나와야만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노라마로 클로즈업해서 무언가를 본다는 건 좀 더 특별한 자기 기억을 끌어 예전에 자취방에 앉아서 라이트박스에 필름을 올려놓고 볼 때 기분이 좋았
내는 하나의 장치일 수도 있다. 여기서 카메라는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보이지 던 그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필름 자체로도 충분히 깊은 얘기를 하고
않는 세계를 기록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있다는 생각에 전시 때 그냥 필름을 보여줘도 좋겠다 싶었다. 실은 워낙 대
〈해운대〉는 《욕망의 메트로폴리스》전시 포스터에 등장하기도 하며 이번 전 형 사진이다 보니 프린트 등 여러 가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되어 예산 자
시의 메인 작품 중 하나로 보인다. 어떤 작품인가. 체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말이다.(웃음)
어느 여름날 아침에 부산 해운대의 해수욕장에 가니 텅 비고 물안개가 해운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대 전체에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지평선과 닿는 부분은 가려지고 위에 고층 사진이나 필름이 규격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만 봐야하지만 내가 사
건물들만 보이는데 마치 하얀 설원이나 미래 도시처럼 초현실적으로 보였 진 찍을 때의 경험을 잠깐이나마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에서는 크게
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원래 이 작품은 두 장의 사진인데 이번 전시의 디자 출력해도 자세한 부분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나와 있지만 루페로 들여
이너가 욕망의 도시의 이야기에 맞게끔 하나로 편집한 것이다. 내가 의도한 다보면 사람들의 모양들이 하나하나 보이기도 하고, 건물들의 구조도 볼 수
것은 아니지만 낮에 찍은 해수욕장의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다른 한 장은 뒤 있다. 이러한 감상은 평상시에 구태여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것들을 다
집어서 밑으로 내렸더니 새로운 작품이 되었다. 아침 안개에 가려진 도시, 그 시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관람자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도시 자체를
밑에서 사람들이 꿈처럼 놀고 있는 듯 만날 수 없는 두 가지의 이미지가 만 낯설게 보고 작가가 그러했듯 작품을 통해 또 다른 경험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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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indb 111 2017-02-22 6: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