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월간사진 2018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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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8-02-22 오전 11:10 페이지 8
환성사 수미단에 조각된 꽃을 촬영하고 있다. 유제는 K-Y-M-C순서대로 바른다.
자외선 노광기에 세팅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아노타입으로 작업한 인화지를 건조하고 있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비은염 이 예술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는 좋은 오브제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나는 순간이었
다. 수미단의 꽃은 ‘소나무 벌목-건조-톱질-송판 만들기-밑그림-조각-채색’을 통해서,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교수님 작업을 도우면서 처음 비은염 기법을 접하게 됐다. 직 그리고 최수정의 천년의 꽃은 ‘종이 자르기-유제 만들기-종이에 도포-건조-노광-수세’
접 종이 위에 감광유제를 바르고, 이를 햇볕에 쬐게 해서 이미지를 얻는 과정이 젤라틴 실 를 통해서 피어난다.
버 프린트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졸업 후 광고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지만, 언젠 반면, 지난해 선보인 또 다른 작품 <The Blossom-Alternative Photography>의 꽃은 조
가 비은염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비은염 작업 형성을 기반으로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표현한 것들이다. 그동안 발표했던 작업
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각종 서적과 인터넷 사이트, 동영상을 보면서 기초적인 들과 미발표 작업들을 8가지 비은염 기법으로 재해석한 아카이브 형식이었다. 다양한 수
내용을 습득했고, 김수강 작가와 유철수 실장의 강좌를 들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 공예 프린트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1890~1910년 픽토리얼리스트들이 선보였던
다. 또한, 해외 사진가들에게는 이메일을 통해 그들의 노하우를 물었다. 다양한 기법인 반다익 브라운, 시아노, 칼리 등을 한 사람이 보여주는 것도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최수정은 전시에서 그녀의 대표 프린트 기법인 ‘4색 검프린트’와 함께 기존에 습
꽃, 장인의 열정을 표현하다 득했던 여러 방식들의 사진 인화법을 소개했다. 그중 솔트 프린트(Salted Paper Process)
는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아 작업 레시피를 공개하기도 했다.
작업의 주된 오브제는 꽃이다. 왜 꽃일까? 유년시절 그녀의 집에는 다양한 나무와 형형색
색의 꽃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때 느꼈던 나무의 감촉과 꽃의 향기가 지금도 선명하게 기 공기청정기부터 방독마스크까지
억에 남아있다. 꽃을 통해서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고, 그때의 색과 향기를 사진을 통해
재현하고 싶었다. 사람과 꽃은 공통점이 많다. 사람마다 얼굴과 성격이 모두 다르듯, 꽃도 최수정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건강을 걱정한다. 작업에 사용하
분명 고유의 표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작가 자신만의 감정으로 꽃을 재해석했다. 는 수은, 아세트산, 중크롬산염 같은 약품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그녀는 한 번
작업에 이용할 꽃을 선택하는 것은, 검프린트에 어울릴지 아닐지를 먼저 예측한 다음 진 작업을 시작하면 이틀 동안 문밖을 나서지 않는다. 공기 청정기와 방독 마스크, 고무장갑
행한다. 촬영은 DSLR로 한다. 그녀의 대표 프린트 기법인 ‘4색 검프린트’에 적합한 분판 을 사용한다지만,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있으면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전시 준
필름을 만드는 데는 필름보다 오히려 디지털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분판 필름을 제작하 비 막바지에는 피부염이 생겨 고생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녀는 유제를 만들고, 노광과 수
기 전, 후보정을 통해 원본 사진의 색상 밸런스를 조절하고, 먼지나 스크래치를 제거한다. 세를 반복하는 일이 일종의 수련 과정이라고 말한다. 고되고 느린 과정인 검프린트 기법
지지체가 되는 종이는 황목으로 제작한 전문가용 수채화 용지나 판화지를 사용한다. 상 이 자신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세한 묘사가 가능하고, 독특한 질감이 있어 다양한 기법을 적용할 수 있어서다. 현재 그녀는 사진과 판화를 혼용한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당연히 오브제는 꽃이다. 맹독
성인 중크롬산염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재료를 이용하는 프로세스를 실
픽토리얼리스트 향한 오마주 험 중이다. 이를 활용하여 검프린트와 같은 멀티컬러를 재현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서바른
지난해 전시를 통해 선보인 <천년의 꽃>은 전통미술 속 꽃을 검프린트로 재탄생시킨 것들
이다. 촬영 기획부터 프린트, 전시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원래부터 불교미술에 관심을
최수정 꽃을 오브제로 하여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과 감정들을 꽃의 독특한 조형적 형상을 통해 나
갖고 있었기에 수미단의 꽃을 처음 본 순간 검프린트가 떠올랐다고 한다. 옛 장인들이 수 타내는 작업을 한다. 검프린트 작업을 고수하는 국내 몇 안 되는 사진가 중 한 명이다. 신구대학교
미단의 꽃을 만드는 과정과 검프린트의 작업 방식이 묘하게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꽃 사진영상과와 홍익대학교 디자인콘텐츠대학원 사진디자인 전공을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