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월간사진 2018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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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2
고독의 향기 · 한국
<이정진: 에코-바람으로부터>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가 이정진의 개인전이다.
그녀는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은 독창적인 한지 프린트로 국제무대에서 활약 중인 사진가다.
전시장에 방문한다면, 1989년부터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아날로그 프린트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American Desert II, 1994 ⓒ Jungjin Lee
Who _ 이정진 Where _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한국 When _ 2018.03.08 ~ 07.01
실로 오랜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이정진의 개인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녀의 작업은 어떤 공간(장소)과 그곳에 있는 피사체를 섬세하게 묘사하지만,
관에서 열리는 <이정진: 에코-바람에서부터>는 2016년 스위스 빈터투어 사 지형학적이지는 않다. 외적인 것에도 집중하지 않는다. 다양한 레이어를 내포
진미술관(Fotomuseum Winterthur)에서 개최됐던 <ECHO> 연장선상에 있 한 채 메타포(은유)로서 작동한다. 이는 우리가 대상의 본질(내적 세계)을 좀
는 전시다. <ECHO>에 출품됐던 작품에 당시 선보이지 않았던 작품을 더해 70 더 깊게 생각하게끔 한다.”라고 말한다.
여 점의 프린트로 전시장을 구성할 예정이다. 전시는 작가의 오리지널 프린트 주지하다시피, 이정진은 한지에 감광유제를 발라 그 위에 사진을 인화하는 수
를 대규모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날로그 프린트의 진수를 맛볼 수 있 공적 방식을 사용한다. 한지는 피사체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또 강조
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는데 제격인 우리나라의 전통 종이다. 여기에 작가는 충분한 여백을 만든다.
이정진의 작업에는 단순함에서 느껴지는 강단이 있다. 사진 속 피사체는 삭막 덕분에 보는 이는 피사체와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리즈 웰스가 말한 ‘본
한 풍경을 뒤로한 채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지만, 꿋꿋함을 잃지 않는다. 그래 질을 꿰뚫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
서 한지 위에 그려진 그녀 사진은 마치 오브제의 물질성에 특정 의미를 부여한 해 작가는 사물을 관조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객관적인 거리와 담담한 시선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사진과 마주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착각이었 유지하고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는 이미지만 놓고 작업 속 피사
음을 깨닫게 된다. 어떤 특정 개념보다는 고독의 향기가 사진에 더 짙게 배어 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보는 이가 대상과 충분한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플리머스대학 리즈 웰스(Liz Wells) 일종의 장치일 것이다. 또한,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이정진의 작업을 또
교수는 “이정진의 작업에는 숭고한 삭막함과 아름다움이 있고, 감정적인 강력 렷하게 각인시키는 원동력과도 다름없을 것이다.
함이 있다. 작업은 우리에게 잊히지 않는 불안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그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전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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