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월간사진 2017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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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_최종_월간사진 2017-09-20 오후 9:01 페이지 1
Culture Inside
예술이 예술을 만날 때
건축과 음악, 미술과 무용 같은 콜라보레이션(협업)은 종종 있어왔다. 그렇다면 사진과 다른 예술 장르와의 만남은 어떨까.
음악, 시, 발레에서 받은 영감을 사진을 통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안웅철, 송철의, 모모미, 그리고 박귀섭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서바른
[ 음악과 사진 ]
짐노페디의 공명, 안웅철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게 독일 음반사 ECM의 앨범 표 작업이 ECM 앨범 표지 사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지 사진을 찍는 사진가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ECM 대표 만 녹록치 않았다. 무려 12년을 기다린 끝에 비로소 기회를 얻
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와 작업을 한다는 것이 얼 을 수 있었다. 2013년 발매된 정명훈의 피아노 소품집이
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굳이 비유 그의 첫 번째 앨범 표지 작업이다. ECM은 서양 음악을 다
하자면 연주가가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 루는 레이블이지만, 안웅철의 사진은 동양적이다. 한 폭의
ⓒ나승렬
mophon)’과 음반을 제작하는 일이라고나 할까. 1980년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에릭 사
대 대중가요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안웅철이란 이름 티의 ‘짐노페디’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단조로움 속
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민해경, 박성신, 장필순, 조 에 공존하는 적막감과 신비감이 에릭 사티 음악의 매력 아
동진의 사진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얼핏 대중 니던가. 그의 사진을 볼 때 세속과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가요와 가까운 사진가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장르를 가 그 이유 때문인 듯하다. 눈을 통해 머리를 비우고, 귀를 통
리지 않는 음악 마니아다. 클래식과 재즈는 물론 힙합,헤비 해 마음에 공명을 주니 ECM과 안웅철의 만남이 조화로울
메탈도 즐겨 듣는다. 그런 그가 사진가로서 꼭 해보고 싶은 수밖에 없는 것이다. www.anwoongch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