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월간사진 2017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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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_최종_월간사진 2017-09-20 오후 9:01 페이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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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빛이 꺾여 들어오는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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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진]
글의 틈새를 들추다, 모모미
사진을 찍으면서 무엇을 바탕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 엇인가 생략돼 있는, 호흡이 긴 장면에 자신의 이미지를 채
다. 떠오르는 개념, 장면만으로는 작업에 한계가 있었다. 다 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시와 사진을 접목하는 이
른 사람은 바로 눈치 챌 수 없어도, 자신만은 그 연결지점이 유는 감정과 생각의 확장을 위해서다. 이는 추상적인 텍스
분명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마침 늘 마주했던 것이 텍스트, 트를 머릿속에서 떠올린 채 어떤 장면을 바라보게 한다. 사
그 중에서도 ‘시’였다(그녀는 남편 이로와 함께 책방 ‘유어 실 텍스트를 사진으로 새로이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
마인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때부터 ‘시’를 사진에 접목시 닐 것이다. 둘 다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지칭하고 묘사하는
키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모티프가 됐던 것은 황인찬의 시집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어나 문장을 그대로 끌어
<구관조 씻기기>다. 시인의 문장들은 편하게 다가오는 듯 와 피사체를 표현하는 것이, 어떻게도 연결되지 않는 극단
하면서 어렵게 다가왔다. 머릿속에 여운도 오래 남았다. 기 적인 자유로움을 선보이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닐 터. 이와
억 속에 되풀이되는 텍스트를 보니 사진작업에 응용해보고 관련해 모모미는 사진과 텍스트의 아주 옅은 접점을 보여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모미는 <구관조 씻기기>처럼 서 주고, 또 자신의 감각을 살짝 비트는 것이 작업을 하는 데
정적이고 매력적인 틈이 많은 시를 좋아한다. 중간 중간 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alohagarde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