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월간사진 2018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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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085)더포토 김현정(6p)최종수정OK_월간사진  2018-06-21  오후 12:09  페이지 084































                                     반도갤러리 공간의 입체적인 구조를 활용하여 콘크리트 물성을 드러내는 설치를 보여준 전시.






               김현정의 작업은 매체 연구에서 비롯된다. 첫 번째 시리즈 <무용지물>(2016-)에 이        거치면서 점점 콘크리트의 원래 모습을 잃고 재탄생하는 이미지들도 흥미롭다. 이러
               어 <공구리를 위한 준비운동>(2017), <공구리 프리퀄>(2018)로 이어지면서 물질과      한 이미지 실험은 작업을 통해 물성이 매체를 넘나들면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알아보
               사진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작업은 콘크리트를 통해서 물질이 물질로만 머           고자 한 것이다. 한편, 평면적인 사진 이미지를 확장시키려는 설치도 동시에 진행된
               무는 것이 아니라 ‘사진적’ 매체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지난 6월 반도        다. 전시 공간에서 만나는 최종 이미지는 나무판, 캔버스 등 오브제와 함께 여러 다양
               갤러리에서 열렸던 사진비평상 수상작 전시를 통해 그녀는 주변에서 많은 응원과 조            한 방식으로 디스플레이된다. 벽의 구조를 따라 입체적으로 배치된 이미지는 콘크리
               언을 들었다. 이를 계기로 작업의 방향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어질         트의  물성과 전시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물성에 대한 연구를 지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김현정 작가의 작업들을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이들 작품은 7           속하던 작가는 사진을 찍을 때 대상의 존재를 그대로 찍어내는 성질과, 콘크리트를
               월 2일부터 15일까지 루시다갤러리에서 열리는 수상작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거푸집에서 붓고 굳히는 동안 자국과 흔적이 그대로 새겨지는 성질이 유사하다는 것
                                                                       을 깨달았다. 작가는 콘크리트를 붓고 굳히는 과정이 마치 노출시간이 굉장히 긴 사
               무용지물을 채집하다                                              진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았다. 그녀의 작업에서 콘크리트가 ‘사진적 매체’로 자
                                                                       리하게 된 셈이다.
               콘크리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건축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콘
               크리트를 칭하는 ‘공구리’라는 말 역시 젊은 작가에겐 낯선 단어지만, 그녀에겐 익숙          콘크리트와 그레이 스케일
               한 현장 언어다. 무엇보다도 콘크리트는 작가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다. 그도 그
               럴 것이 추상화처럼 회화적인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고, 색감이나 조형적인 부분은             최근 선보인 작업에서는 사진적 매체로서 콘크리트의 의미가 더욱 짙어진다. 여기
               단순하지만 변화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물성을 다루고자 하는 작업            서 사진의 적정 노출을 찾는 척도인 ‘그레이 스케일’이 등장한다. 콘크리트가 가진
               의도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작가는 콘크리트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미            본래 색에서 그레이스케일을 착안했고 콘크리트와 그레이 스케일을 접목시켰다. A7
               지 채집을 시작했다. 생활 반경 안에서 다양한 벽과 갈라진 흔적 등 콘크리트 사진만          부터 A0까지 콘크리트의 색과 그레이카드가, 화이트부터 블랙까지 명도를 구성하
               2백여 장을 아카이빙했다. 그렇게 모인 이미지들을 보면 색감이 오묘하게 다르고,            면서 하나의 그레이스케일을 이룬다. 그 중 첫 장, A7은 그레이스케일 명도를 먼저
               갈라지거나 마모된 추상적인 형상들이 변화무쌍하다. 이 작업이 바로 이번 사진비             한 장에 보여준다. 앞으로 A0까지 진행될 작업의 안내서와 같은 역할이다. 흥미로운
               평상에 선정된 <무용지물> 시리즈다. 그런데, 이 작업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점은 A7의 역할과 같이 <공구리 프리퀄>이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보여주는 안내서
                                                                       라는 것이다. 김현정은 “지금까지 세 시리즈는 완성된 작업이 아닌 앞으로의 작업 방
               사진적 매체, 콘크리트                                            향을 보여주는 내비게이션이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작가는 ‘농도’에 대한 실험을
                                                                       이어갈 예정이다. 물과 시멘트의 농도를 달리하여 콘크리트의 강도를 맞추는 작업
               김현정은 콘크리트를 더 이상 대상이나 재료가 아닌, 하나의 매체로 본다. 뿐만 아니          과 콘크리트를 담은 흑백사진을 직접 현상해서 농도를 측정하는 작업을 병행할 생
               라 사진 매체와의 공통분모를 찾아가며 작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두 매체의 연계성            각이다. 이는 ‘본격적으로’ 두 매체의 접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결국 김현정의
               은 두 번째 작업 <공구리를 위한 준비운동>에서 발견된다. 작가는 이미지 채집에서           진짜 실험은 지금부터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직접 캔버스 판에 콘크리트를 발라서 굳혔다. 그리고 그것을 사진
               으로 찍어 변형시키거나 종이를 대고 프로타주(frottage, 요철있는 물체 위에 종이를
                                                                       김현정 사진 매체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며, 관심을 갖고 있는 물질과 사진 매체를 연결하는 작업
               대고 연필이나 크레용으로 문질러서 베끼는 회화 기법) 하는 등 다양한 이미지 변주
                                                                       을 이어가고 있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사진전공 전문사를 졸업했
               를 시도하였다. 후보정을 통해 따뜻한 톤을 입힌 콘크리트 사진이 어느 해변의 모래           다. 2018 제16회 사진비평상을 수상하였고, 7월에 루시다갤러리에서 수상자전 전시 및 공간
               사장을 연상시키는 반면, 프로타주 이미지는 오히려 사진처럼 보인다. 거듭 복사를            극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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