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월간사진 2018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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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6-079)라이브스케치-임안나(4p)-최종OK_월간사진  2018-06-20  오후 6:45  페이지 079





















                                             조명팀, 미술팀 등 총 11명의 스태프가 투입되었다.                 촬영 중인 임안나 작가. 연기, 불 같은 효과를 주어 현장감을 더했다.




                  을 보고 ‘디오니소스의 축제’를 떠올린 독립큐레이터 최연하의 말을 빌렸다. 이 현장          # 블랙유머가 담긴 퍼포먼스
                  을 ‘인간이 갖는 불안과 욕구를 해소해줄 카타르시스의 장(場)’으로 본 것이다.  그래        미디어가 참사를 다루는 연극적인 재현 방법과 연기자들의 다소 과장된 액션으로 이
                  서인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죽음을 생각하며 즐기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면서             퍼포먼스는 블랙 유머를 자아낸다. 가짜라는 걸 알지만 사뭇 진지한 모델의 연기를
                  도 아름다운 축제처럼 느껴진다.                                       보고 심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작업
                  한강공원 촬영 당일은 공교롭게도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한반도의 위기감이 고조되             노트에서 “안도감 속에 불안을 예술적 행위로 승화하여, 무기력한 구경꾼에서 죽음
                  던 때였다. 전쟁, 핵에 대한 불안을 느끼던 사람들은 더욱 현장의 상황에 감정을 이          불안 유발자를 향한 블랙 유머를 구사하는 퍼포먼스를 수행하였다.”고 설명한다. 표
                  입해 열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반면, 촬영 현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광경을 흥미          면적으로는 불안이라는 심리를 다루고 있지만 작가는 감정을 좌지우지하는 미디어
                  롭게 바라보다가도 금방 무신경하게 자신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버렸다. 사진 프레임             처럼 불안의 동력이 되는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회비판적인 색이 강한 작업은
                  안에도 그 상반된 모습이 그대로 담긴다. 이는 불안과 죽음을 상상하고 있는 사람과           아니지만, 사진에서 사회적인 코드가 읽힌다.
                  그렇지 않은 사람, 불안과 무감각의 공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이다.             결국 임안나의 사진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죽음을 가시화하여 불안을 만드는
                                                                          요소인 인간의 본성, 혹은 미디어와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농담처럼 그 순간
                  # 프레임에 허구를 드러내다                                         을 유머러스하게 제시하여 다시 한 번 이성적으로 우리의 불안증과 불감증, 삶과 죽
                  사진을 보면 분명 슬프고 괴로운 모습이지만 마냥 슬픈 감정에 이입되지는 않는다. 감          음을 되짚어보게끔 만든다.
                  정이 강하게 느껴지도록 인물에 초점을 맞춘 사진인데도 말이다. 연기를 펼치는 주
                  인공 뒤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연출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도록 조명, 카메라 등 촬영 장비와 스태프들까지 그대로 노출되도록 촬영
                  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허구임을 드러낸 것이다. 임안나는 사진을 ‘프레임의 예술’이
                  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프레이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도구임을 강조한다. 이 작업에서도 촬영 장치들까지 프레임에 포함시킴으로써
                  전혀 다른 서사가 담긴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작가가 장면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이           임안나 지난 8년 동안 전쟁 무기를 소재로 작업을 해오다가, 사람으로 대상을 옮겨 비극적 허구
                                                                          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상명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후 미국
                  유는 시각적 흥미를 담는 동시에, 사건에서 한 발짝 떨어져 이성적으로 생각하게끔
                                                                          California State University, Fullerton에서 사진과 혼합매체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4년 수림
                  하기 위해서다. ‘정말 고통스럽겠다’가 아니라, ‘왜 고통스러운 연기를 하고 있지?’로
                                                                          사진문화상, 2013년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비롯해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지난 5월 30
                  감상을 유도함으로써 오히려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일부터 6월 10일까지 갤러리 룩스에서 개인전 <불안의 리허설>을 가졌다.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 하지만 일반인 모델들에게는 전쟁의 공포를 상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불안을 예술적 행위로 승화시킨 스태프들과 일반인 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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