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월간사진 2018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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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6-079)라이브스케치-임안나(4p)-최종OK_월간사진  2018-06-20  오후 6:45  페이지 078





















               한강공원을 빌려 진행된 촬영 현장. 이 촬영을 위해 단편영화 팀을 섭외했다.             등장인물들이 입게 될 가짜 피가 묻은 의상. 촬영 전 미리 제작되었다.




               최근의 평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인 지난해만 해도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            고 안전에 대한 부분을 확인 받은 후 촬영을 진행했다. 특별히 작가는 영화 같은 장면
               해 한국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미디어는 발 빠르게 불안을 실어 나르고, 사람들의 감          을 담아내기 위해 단편영화 촬영팀을 섭외했다. ‘영화적인 장면’은 이전 작업들에서
               정을 더욱 증폭시켰다. 단적으로 미디어처럼 불안감을 유발하는 것에 감응한 임안             도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작가의 고유한 관심으로 보인다. 조명팀, 미술팀 등 총 11
               나는 지난 8년 동안 진행된 <차가운 영웅>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작업에 돌입          명의 스태프가 더 사실적인 연출을 위해 현장에 모였다. 그밖에 의상이나 필요한 소
               했다. 백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죽음, 불안에 대하여 퍼포먼스를 펼친 <불안의 리허          품은 재난, 테러가 발생했던 이전 뉴스의 이미지를 참고하여 꼼꼼히 준비하였다.
               설>이 그것이다. 영화 촬영 현장을 방불케 하는 작업 현장과 사진 속 담긴 코드까지,
               그 스토리를 공개한다.                                            # 페르소나에 몰입하다
                                                                       작가의 의도대로 실제 영화 촬영팀이 투입되었고, 덕분에 리얼한 촬영 사진을 얻을
               # 불안을 모아 모아서                                            수 있었다. 어색해 하던 사람들은 상처나 흐르는 피 분장을 하고난 뒤 무대 위 퍼포
               <불안의 리허설> 작업은 같은 종류의 불안감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머로 변신하여 자신감 있게 카메라 앞에 섰다. 작가는 분장을 하고난 뒤, 언제 그랬
               그 결과 큰 규모로 발전됐다. 처음에는 작가 자신의 셀프 포트레이트로 진행하려고            냐는 듯 상황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페르소나에 몰입했다.”고 표현한다. 그
               했으나 참여를 원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촬영           리고 확실히 시각적인 영향으로 감정이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대상은 ‘한 번쯤 전쟁이나 테러로 인한 상해와 죽음을 상상해본 사람’들. 작가는 자          감독으로서 현장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작가는 모델들의 연기에 크게 개입
               발적으로 참여해줄 사람들을 찾았다. 지인의 주변 사람들을 주 대상으로 했다. 더러           하지 않았다. 단지 상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실제 재난, 테러 장면을 뉴스에서 찾아
               는 끔찍한 분장과 슬프고 괴로운 상상이 싫어 거절하기도 했지만, 흔쾌히 퍼포먼스            보여주었을 뿐이다. 자전거, 글러브 등 모델들이 직접 가져온 소품도 원하는 대로 사
               에 동참하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출연료 없이도 말이다. 그렇게 죽음에 대한 불안감           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안고, 또 어떤 이는 가짜 연기
               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를 원하는 총 94명이 모였다.                           가 아닌 실제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비록 가상의 연출된 상황이지만 각자에게 내재
                                                                       되어 있던 불안이 표출되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 결정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 현장  퍼포먼스 위한 사전준비
               장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더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 그 중        # 불안과 무감각의 공존
               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놀러왔다가 갑작스럽게 그런 상황을 마주함으로써 비극              이번 촬영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희열을 느꼈
               이 극대화될 수 있는 곳을 선정했다. 한강공원, 광화문, 시청 앞 광장 등 작업에 등장        다는 임안나 작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진행되었던 것은 누구나 생각
               하는 장소는 바로 그런 곳들이다. 사전에 기획안을 관할 공공기관에 문서로 제출하            해볼 수 있는 불안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작품



























               분장팀의 도움으로 리얼하게 상처와 피 분장이 진행되었다.                        분장을 하고난 뒤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펼치는 일반인 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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