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월간사진 2018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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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책으로 만나는 홍콩 영화의 아이콘
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가수 왕페이가 비현실적일 만큼 매력적으로 연기한 그녀는 보통의 홍콩 여성이라기보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외계인
같다. 외계 문명이 최고로 귀여운 아가씨를 만들다 살짝 잘못된 느낌이랄까.”(p.28)
‘California Dream’을 틀어놓고 리듬에 몸을 맡기면, 여섯 시간 후에는 내게도 운명적인 사랑이 다가올 것이라고 믿
었던 풋풋한 로맨티스트였지만, 지금은 세상 모든 것이 지독한 외로움으로 다가오는 아재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왕
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씨네21북스 펴냄)은 <중경삼림>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등을 통해 1980~90년대
홍콩 영화계를 이끌었으며, 특유의 영상 미학과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왕가위 감독의 인터뷰집이다. 오늘의
‘감독 왕가위’를 만든 것이 무엇인지, 그의 영감의 원천과 화려한 이름 뒤에 숨겨진 예술가로서의 고민은 무엇인지와
함께 영화의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다. 책에는 왕가위와 인터뷰어로 참여한 영화평론가 존 파워스(John
Powers)의 대화가 서사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먼저, 책 서두에서 왕가위는 상하이 출신 이민자로 홍콩에 정착했던
어린 시절의 풍경과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이후 그는 30년에 걸친 자

왕가위 신의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짚어가며 영화가 탄생한 배경과 창작 과정에 대해 말한다. <열혈남아> 현장 첫 날에 벌어
진 일, <아비정전>의 엔딩 이야기, 사막 한가운데서 톱스타들을 대기시켰던 <동사서독> 촬영 현장 에피소드 등이 꽤
나 흥미롭다. 이와 더불어 공리, 양조위, 유덕화, 임청화, 장국영, 장만옥 등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미공개 스틸 컷도 담
겨있다. 덕분에 페이지 마지막 장을 넘기면 소장 욕구가 불타오르는 것과 동시에 다시 한 번 풋풋한 감정을 느끼고 싶
은 욕망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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