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PHOTODOT 2016. 12 Vol.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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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은사님 한 분은 저서에서 나쁜 사진은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 답변          게 찾아서 멋진 작품을 남겼지만 그 사진을 독식하겠다고 동강 할미꽃을 훼
                  이 사진을 하는 제게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강의를 수강하는           손한 작가의 사례가 있습니다. 날지 못하는 둥지 안의 아기 새들을 위험천만
                  이들이 심심찮게 던지는 그 질문에 은사님의 답변을 대신 주었습니다. 그러           한 나뭇가지로 옮겨놓고 찍은 작가의 사례도 있습니다, 또 울진의 수백년 된
                  면서도 정말 사진은 나쁜 사진은 없고 좋은 사진만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구           금강송을 찍는데 방해가 된다고 주변 고목들을 죄다 베어버린 작가의 사례
                  심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시간이 더 지난 다음에는 또 어떻게 제가 말을 바          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결과물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따라서 다수의 인정
                  꾸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나쁜 사진은 있다’로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좋         과 환심을 사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지만 촬영 과정을 알고도 그 사진을 좋은
                  은 사진을 정의하기 전에 제가 생각하는 나쁜 사진은 무엇일까요?                사진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을까요?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 더 멋진 사진을
                                                                     찍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경쟁과 개인
                  머릿속에 스쳐가는 나쁜 사진이 여러 개 있지만 한 가지만 든다면, 좋은 사          의 욕심이 나쁜 사진을 생산했다고 하니 한편으론 씁쓸했습니다. 이렇게 코
                  진을 찍기 위해 상식 이상의 옳지 못한 행동을 하며 찍은 사진입니다. 대표          앞만 바라본, 과욕으로 만들어진 사진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배신
                  적으로 자연의 파괴와 생명의 경시입니다. 귀하디 귀한 동강 할미꽃을 어렵           과 모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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