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Korus Club 28권(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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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나물을 채취하는 김승환씨                            울릉도 깃대봉에서 바라본 현포해안과 김승환씨. 김승환씨 제공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섬 주민과 어울리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  육지와 확연히 다른 날씨와 계절은 울릉도의 또 다른 신비다. 여름 태
 았다. 나는 그들에게 이질적인 존재였다. 고민 끝에 고른 일은 가을 오  풍을 연상시키는 거센 3~4월의 봄바람, 30도가 넘는 여름이지만 더없
 징어잡이 철에 오징어를 배에서 어판장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매일 오  이 시원함을 선사하는 그늘 등. 여름이 기다려지는 건 매년 아내와 함
 후 3~4시에 출항해 다음날 오전 6~7시에 입항하는 오징어잡이 배의   께 스노클링을 즐기면서 얻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모르는
 일은 선원들에게 고된 일이다. 내가 한 일이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  한적한 바닷속은 짙푸른 에메랄드빛에 돌돔, 방어 등이 노니는 곳이다.
 다. 하루도 빠짐없이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렇게 나는   봄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물결 따라 해초가 춤춘다. 가을은 또
 자연스럽게 마을 주민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 처제 부부도 우리를   어떤가! 설악산처럼 울긋불긋하진 않지만 은은한 파스텔 톤의 가을 단
 보고 결국 울릉도로 이주했다. 이미 처형 부부가 살던 터라, 세 자매가   풍은 눈이 부실 정도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는 풍경은 겨울 설경이
 울릉도에 모여 억척스럽게 서로 격려하며 살게 된 것이다. 비닐하우스   다. 한 폭의 동양화다. 하지만 ‘버스 운행은 중단될까? 어르신들은 다
 재배가 없는 섬, 울릉도. 채취한 봄 산나물을 절이면 그것을 먹은 이들  니기 불편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부터 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이제 나
 이 맛있다고 칭찬해줬는데 가슴에서 뿌듯한 쾌감이 올라왔다. 몸을 많  도 울릉도 사람이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섬엔 부모의 직업을 묻
 이 움직이는 생활은 도시인이 상상할 수 없는 행복감을 준다. 가끔 이  는 아이가 없다. 부모가 무슨 일을 하는지, 부자인지, 어떤 사회적 위치
 곳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를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난다. 바다 일로 거  에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아도 개의치 않고 우정을 쌓는다. 육
 칠어진 섬사람들이 우리를 퉁명스럽게 대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차  지의 지인들은 묻곤 한다. 섬이 지루하지 않으냐고? 비 올 때 하늘색이
 를 태워주고 김치를 건네는 이들이 섬사람들이다. 내 우려는 기우를 넘  다르고, 눈 올 때 또 다르다. 같은 비와 눈이라도 바람 부는 방향에 따
 어 무식한 생각이었다. 더 빨리 섬에 이주할 걸 하는 후회마저 든다. 그  라 또 다르다. 가을 하늘의 별들은 쏟아질 듯 빛난다. 지루할 틈이 없다.
 건 섬의 자연을 만날수록 커졌다.                    변화무쌍한 온라인 시장에서 믿음과 신뢰로 대를 이어 장사하는 가게
                                       를 만들자는 작은 소망도 생겼다. ‘나에게 행복이란 무얼까?’가 화두가
                                       되어 선택한 울릉도살이. 행복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라는 큰 진실을 얻
                                       었다. 지금 난 행복하다.
                                       글 김승환(울릉도 이주민)
                                       출처: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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