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하나님이 주신 멍석에서 멋지게 놀아라(최웅섭이야기)증보판
P. 35

다. 무려 3개월이라는 시간을 이렇게 보냈고, 마침내 원하던 회사 설  없었다. 그렇지만, 컴퓨터를 다루는 실전과 실력만큼은 자신이 있었

 립 인가를 받게 되었다.    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군 복무 시절로 잠시 돌아가지 않을 수 없

 하지만, 산 넘어 또 산이 있었다. 서류상으로 일곱 개 정도의 업종  다. 나는 컴퓨터가 아직은 낯선 기계 덩어리로 인식되던 1984년에
 을 써넣어서 회사 설립 인가를 받았는데, 그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이미 컴퓨터를 구입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컴퓨터는 8비트였

 사업장을 열기 위해서는 별도로 관련 부처의 승인을 또 받아야 했  고, 안철수 교수가 안철수 바이러스를 만들기도 전이었다. 오피스나

 다. 당시 회사 설립 정관에 넣은 업종은 여행사, 컴퓨터 학원, 앨범   한글 프로그램도 없었고, ‘보석글’이나 ‘하나 워드’ 같은 프로그램들

 제작, 무역업 등 총 일곱 가지였다. 그 종목들 중에 가장 잘 할 수 있  이 플로피 디스크를 통해 무료로 돌아다니던 시절이었다. 군대 하사
 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 하던 끝에 컴퓨터 학원을 열기로 결정했다.   관 숙소에 컴퓨터를 놓고 공부를 하는데, 하루는 보안사령부에서 호

 컴퓨터 학원은 교육부 소속이었으나, 동시에 외교부의 인허가도 받  출이 왔다.

 아야 했다. 먼저 교육부에 가서 학원 설립 인가를 요청하고 면담을   “컴퓨터가 무슨 기계고,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왜 군대에서 필요

 했다.              한가? 혹시 간첩이 아닌가?”
 “사업 자금은 어디서 나옵니까?”  말도 안 되는 심문이 이어졌다.

 “투자 금액은 얼마입니까?”    “북한이 컴퓨터 전문가를 보낸다면 육본이나 국방부 혹은 보안사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에 보내지 왜 전방 골짜기에 보내겠습니까?”

 “우리 아버지가 한국에서 엄청난 부자인데, 먹고 살 돈과 학원 운  나의 대답에 말문이 막혔던지, 보안사 대장은 심문을 마치고 나를
 영에 필요한 돈은 (기도하면)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풀어주었다. 그로부터 4년 후, 88올림픽이 끝나자 사단사령부에도

 면접관이 봤을 때, 이상야릇하거나 괴이한 답변으로 면접을 마치  컴퓨터가 보급되었다. 올림픽 행사에 사용하던 컴퓨터를 전방 사단

 고 나왔던 것 같다.      사령부에 열 대씩 보내준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컴퓨터를 사용해

 외교부에서는 한 술 더 떴다.  본 병사들이 극소수였고, 예산처 병사나 장교들만 조금 만질 줄 알
 “한국에서 컴퓨터 학원을 운영한 경력이나 컴퓨터 학원 교사로   던 시기였다. 마침 내가 컴퓨터를 다룰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 정훈

 일했던 경력 등 필요한 서류를 외교부 인증을 받아 제출해주세요.”  처는 배급 받은 컴퓨터를 사용하여 문서 작성을 하는데 전혀 문제

 컴퓨터 학원을 운영해본 경력도, 컴퓨터 교사로 일해 본 경력도   가 없었다. 다른 부처는 컴퓨터를 보급 받고도 사용을 못하고 있었





 34                                                주님이 지목하여 부른 땅 아제르바이잔공화국  35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