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전시가이드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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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공간-가치를 담다1
                                                                                               공간-가치를 담다2

























                                                                                          공간-가치를 담다 전시전경2










            글 : 최솔구

            지난 20여년간 이혜선 작가는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텍스트를 덧입히        로 볼 수 있다. 제례 용품을 모아 놓은 마을 창고와 당집에서의 숨바꼭질, 행복
            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호미, 키, 족두리, 땋은 가채, 노리개 같은 토속적 사물  과 장수를 기원하며 소복하게 쌓아올린고봉밥, 어머니가 수 십년동안소중히
            들부터 단청의 오정색과 오간색, 문문양 등 전통적 조형 요소들이 작품의 소       모신 신주단지를 감싼 색동 상자, 혼수품으로마련되었으나 궤짝에서 40년 간
            재/주제로 등장한다. 이러한 모티브들은 ‘한국인’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을 드       방치되었던 비단 옷감 등은 시간의 연속성을 품은 공간을 생성하는 질료로서
            러내고자 채택된 것이 아니며, ‘전통’이라는 레이블을 달고 박물관에 박제된 ‘     소환된다. 현대사회에서 쓰임새를 잃고 밀려나거나 대체된 것들의 개별적 서
            한국성’과도 거리가 멀다. 그보다 비도시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낸 기억을 간직       사에 주술적 염원을 엮어내는 작업은 ‘아직 공간속에존재하는 지나간 모든 것
            하면서 여전히 전통적 관례를 지키는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자신을 전근대        들의 가치’를발굴하는 미적 실천의 일환이 된다.
            와 현대 두 세대에 걸친 매개자라고 여기는 작가의 실제 삶에서 채집된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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