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전시가이드 2023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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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 자료는   cr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2 7 4 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귀로 72.7x53 Oil on Canvas 2022




                                 2023. 3. 17 – 3. 29 갤러리내일 (T.02-391-5458, 새문안로 3길)







            빛의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신화적 공간                            그곳은 작가가 부친과 함께했던 유년기의 바닷가 공간에서 순수한 아이의 눈
                                                            으로 목격했던 풍경들이 아이의 눈에 비친 그대로 불가사의한 우주의 몸체로
            김호원 초대전                                         서 살아있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그림 안에는 유년기 작가의 시선이 그대로
                                                            살아있고, 그 공간에서 살았고 그를 이끌었던 아버지의 숨결 또한 여전히 그
                                                            리움의 체취처럼 풍경 속에 배어있다. 이러한 그리움의 자취는 풍경과 색채와
            서길헌(미술비평, 조형예술학박사)                              함께하기에 그만큼 따로 분리되지 않는 어떤 절대적인 세계의 감각으로 그림
                                                            속에 공존한다. 그래서 화면의 내부로부터 우러나는 듯한 빛처럼 그것은 지
                                                            난 시간의 충만한 기억의 빛으로 채워진 작가의 내면을 거울처럼 되쏘아낸다.
            작가가 몸으로 살고 겪었던 유년시절의 풍경으로서의 기억이자 아직도 실시
            간으로 살아있는 사실적 풍경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선과 색의 알갱이들을 유        작가는 유화를 몇 번이나 얇게 바른 화면의 층을 칼끝으로 수없이 긁어내어
            화물감의 층위에 칼끝으로 낱낱이 긁거나 파내어 묘사해낸 작품들은 전체적         안에 있는 빛을 밖으로 끄집어낸다. 그 무수한 손길의 추적으로 새겨지는 스
            으로 아련한 회상의 색채를 띠고 있는 시간의 아우라를 한껏 발산한다. 그 색      크래치 흔적마다 어렴풋한 기억의 풍경들은 하나씩 그 몸체를 드러내며 새로
            채는 인위적이거나 추상적인 가상의 색채가 아니면서도 망막뿐만 아니라 신         운 감각으로 되살아난다. 이는 어두운색으로 봉해 놓은 내밀한 추억처럼 빈
            체에 직접 와닿는 듯한 구체적인 색채이다. 관객은 그림이 내뿜는 풍경의 색       화면 속에 잠들어 있을 기억의 빛을 환하게 풀어주는 작업이자, 덧칠하듯 풍
            채에 전신을 내맡기고 거기에 휩싸이는 듯한 느낌 속에서 작가의 고향이자         경을 꾸며내거나 지어내는 방식이 아닌 그 자체로 생생한 풍경을 되찾아 살
            작품의 공간인 남도 특유의 풍광이 강렬하게 자아내는 정서 속에 문득 온전        려내는 작업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의 작품은 <여우비-멀구슬나무>에
            히 빠져들게 된다. 그림 속에서 나무들의 가지들이나 잎새들, 풀잎들, 돌담의      서와 같이 노란색 회상의 빛과 층층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의 우주와 자연 공
            돌들, 들판의 들풀과 흙 알갱이들 하나하나는 개별적으로 숨 쉬듯이 살아있        간 아래 활짝 펼쳐진 논과 밭을 이루는 들판에 서 있는 나무 아래 잠깐 지나가
            으면서도 이 모든 대상이 전체적으로 어울려 하나의 생명력을 가진 살아있는        는 비를 피하고 있는 소년이 우연히 만났음 직한 빛의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세계이자 몸으로서의 일체감을 형성한다.                           신화적 공간을 이루고 있다. (평론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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