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이헌국 조형예술 55년전 한전아트센터 2025. 9. 18 –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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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예술 55년

           – 無窮展 (무궁전)




           “인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남는 것은 비석에 새겨진 생몰년도와 그 가운데 있는 ‘一’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이는 어느 훌륭한 목사의 강론 중 일부 내용이다. 언뜻 들으면 일리 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만약 인간의 삶이 그렇게 단순하고 간
           단하게 규정된다면, 이는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며 허무주의적 발상이라 생각된다.


           물론 사람은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 삶의 길고 짧음은 환경이나 신체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은 나름의 뜻 있는 삶
           을 살아내며 떠난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능력과 사고, 창의력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고, 지구 위의 삶은 그러한 사람들에
           의해 이어지고 진화하며, 오늘날의 문명 발전으로 이어져 왔다.


           흙으로 빚어진 최초의 인류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영과 육이 함께 존재하다가 유한한 수명을 다한 뒤 분리된다는 의미
           이다. 영(靈)은 영원불멸로 존재하고, 육(肉)은 소멸되어 한낱 먼지로 변한 후 또 다른 세계로 사라진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인간의 모든 행적이나 공적은 기록되어 유·무형의 유산으로 전해진다는 점이다. 오
           랜 세월에 걸쳐 그러한 기록이 바탕이 되어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며, 오늘날의 인간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 또한 그 범주에 속해 아름답고 윤택한 삶을 영위하는 데 일조해 왔다. 각기 주어진 매체나 재료를 활용하여 창의적이
           고 자유로운 사고의 창작 활동을 실천함으로써, 스스로의 만족은 물론 인간사회에 정신적인 자유와 치유를 선사하는 데 기여
           해왔다.


           특히 ‘흙’이라는 매체는 고도의 가소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창작 행위를 실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이기에, 태초부터 오늘날까
           지 끊임없이 변천하며 생활과 예술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헌국 조형예술 55년전”은 지나온 시간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형 세계를 제시하고자, 많은 고뇌와 사유 끝에 기획되었다. 하늘
           (天)과 땅(地) 사이(間)에 존재하는 사람(人)의 존재 가치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온기를 작품에 불어넣고자 하였
           다. 다양한 매체와 오브제를 적용하여, 2차원에서 4차원에 이르는 관념적 사고가 자유롭고 새롭게 공존하는 세계를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작가는 감상자에게 특정한 개념이나 의미를 강요하지 않으려 하였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선으로, 보고 느끼는 대로 작품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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