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이헌국 조형예술 55년전 한전아트센터 2025. 9. 18 –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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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이것은 무엇보다 손을 통하여 각인된 인지내용 즉, ‘손의 기억’인 것이다. 그의 작업세계에는 흙으로 빚고 구워내는 원초적
인식이 배어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온기가 느껴지고 유기체적인 형상을 연상하게 한다. 도편들이 모여 전해
주는 잔잔한 정감과 마치 숨쉬는 듯한 동공(洞空)의 군집상은 생명체 또는 군락지를 연상하게 한다. 또한 그는 작업을 위해 다양
한 조형요소를 수용하고 다양한 방식들을 시도함에 거침이 없다.
최근 연작을 보면, 도판 위에서 작업을 이루어간다는 점부터가 특이하다. 도예가의 작업으로는 평범하지 않은 시도에 눈이 자꾸
다시 간다. 우리가 익히 접하는 도예작품의 경우 3차원의 입체로서의 볼륨이 부각되는 것에 비해 그는 작업 바탕으로 평면적 상
태를 만든다. 그리고 그 위엔 신문이나 잡지에서 볼 수 있는 인쇄된 이미지를 오려 붙이고 3차원 오브제로서 기물이 올려 진다.
꼴라주된 이미지들은 의미체로 작가의 서사적 세계를 이룬다.
이 점도 향후 어떤 양상으로 발전할지 지켜 볼 점이다. 도자예술에 문학성, 개념적 요소들을 도입할 때, 여러 기법이 창출될 것이
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한 치의 주저함 없이 그의 세계를 열정적으로 펼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그가 앞으로 어떠한 다양한 재료
를 동원하고 어떤 조형 방식을 취할지를 생각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가 끊임없이 스스로 묻고 답했던 자신의 ‘시선’과 ‘방식’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 연배의 다른 작가들이 회고적 성격으
로 작업을 마무리할 시점에 그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조형예술가’로서 미래를 향한 넓은 지평을 열고 있는 것이다.
2025. 7. 7
前 大邱美術館 館長
崔乘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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