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전시가이드 2022년 08월호2
P. 61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오지윤. 순연(純然)_KING,S SONG 2261#31. 112.1x112.1cm 오지윤. 순연(純然)_KING‘S SONG 2261#51. 97x97cm
캔버스에 아크릴, 순금. 2022 캔버스에 아크릴,순금. 2022
물감을 쌓아올린다. 한 층, 한 층 쌓여지는 물감의 사이에는 시간이 묻어 있다. 외부
에 발려진 금은 다른 어떤 불순이 섞이지 않은 그냥 그대로의 모습인 순연(純然)의
영역에서 힘을 발휘한다. 작품을 제작할 때 사용되는 물감이나 어떤 재료의 영역
이 아니라 감성과 정신의 영역에 작용하는 의미가 된다. 금색이 아니라 의미를 강
조시키기 위한 금 자체로 이해되어야 한다.
순수하고 고유한 인간의 감성을 의미하는 금 아래에는 핑크색이나 푸른색, 붉은색
의 고유한 물감이 발려진다. 붉은색과 푸른색 자체를 위하여 다른 어떠한 색도 섞
지 않는다. 인간의 삶이 고귀하다는 사실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푸른색 시리즈와 붉은색 시리즈가 함께하면서 작위적이었지만 어느 순간 작위적
요소가 배제된 자연스러운 자연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밑도 끝도 없는 예술가의
항변이다. 끊임없는 덧칠의 반복에 자신의 감성조차 끈을 놓친지 오래다.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의 구속 자체가 화가의 몸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제작과정이
오히려 자유롭다. 묶여있지 않으면 풀림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한 어느 삶의 일부
가 된다. 각기 다른 영역의 푸른색과 붉은색 위에 금을 올리면서 여타의 물감이 주
는 다양한 감상의 영역을 잠잠하게 만든다.
숨을 쉬고, 세상의 부분으로 살아가는 인생 여정의 시간을 한 장면으로 구성된다. 오지윤. 순연(純然)_SONG 2261#31. 112.1x112.1cm
캔버스에 밑칠을 하면서 태어나는 순간과 연결시키고, 물감 덩어리고 씨줄과 날줄 캔버스에 아크릴, 순금. 2022
로 이어간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서로가 서로를 묶어두고 제어하면서 얽
히고설켜 있지만 일정한 구조로 이어짐을 대변한다. 날줄(세로줄)에 씨줄(가로줄)
이 지나가면서 만들어지는 베틀의 구조가 아니라 삶의 방식에서 서로가 서로를 기 침범하면서 겹겹 쌓이기 시작한 물감층으로 살아온 혹은 살아갈 시간을 가늠한다.
대어 사는 일련의 조화로움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다. 중심에는 금으로 본래의 가 푸른색이 주조를 이룬 <왕의 노래, 2160#47>은 붉은색의 <왕의노래, 2261#51>
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조성되어 생활의 리듬이라는 것을 상 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붉은색이 동화와 조화를 이야기 했다면 붉은색은 인간
기시킨다. 사회와 자연과의 사람이 상호 동화(同化)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 가치를 이야기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투영되고 물위에 만들
어진 파문(波文)이나 노동 후에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결과 같은 문양으로 구성된
새로운 희망과 내일에 대한 여유로운 명상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높다거나 낮은 고 다. 붉은색과 푸른색은 자연에서 온 것이며 자연의 영역에서 만들어진 쉼의 공간
저의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녀는 단아한 시간과 묵직한 삶의 관계를 조용히 이다. 촘촘한 격자무늬이거나 물결이나 바람결 같은 흐름이거나 세로줄로만 구성
바라보는 입장에서 물감을 대한다. 붓질이 오가는 횟수보다 더 많은 시간의 영역을 된 작품이거나 상관없다. 이들은 세상의 오늘이다.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