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전시가이드 2023. 6월 이달의 작가 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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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 자료는 cr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2 7 4 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가시장미Ⅰ 205×145cm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와 장미 등을 암시하는 형상이 한글 서예와 함께 출현하는 그림이다.
그림과 문자가 하나로 엮여서 비처럼 화면을 적시고
흥건한 먹과 자유로운 필묵의 유희가 파도처럼 몰아친다.
었다. 그러다 서구지상주의가 약화되던 1930년대 재평가되었다. 이는 서양 태들을 간소화해서 표현하고 있으며,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수묵화의 추
모더니즘 미술의 주관성 표출을 문인화의 주관주의와 일치시켜 파악한 것 상성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대상은 극도로 추려지거나 추상화되어 있고 필의
이고, 과거의 전통 문인화에서 가장 최신의 회화 경향을 읽어냈기 때문이다. 자취와 먹의 번짐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그림이기도 하다. 먹색의 스펙트
럼이 넓게 퍼지면서 모종의 형상을 짓거나 필의 자취를 그대로 응고시켰다.
근대기에 형성된 문인화 담론은 비서양적, 전통적인 것에서 근대적 가치를 발 이를 단서 삼아 관람자들은 마음과 정신의 눈으로 그 형상을 유추하면서 자연
견하려 한 20세기의 전형적 동양 담론에 기반하고 있다. 이후 이 문인화 담론 에 대한 감흥을 받는다. 꿈틀거리는 용처럼 솟구치는 소나무의 기세나 날카로
은 해방 이후 일제식민잔재를 청산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그리고 나아가 한 운 댓잎 몇 개를 드리우며 직립하는 대나무 또는 몇 개의 댓잎만 산개해있거
국적 모더니즘을 추구하던 70년대 미술에 이어 여전히 한국현대미술사에서 나 무성하게 벌어진 한 송이 꽃 등이 함축적인 표정으로 머물러있다. 그것은
빈번하게 호출되는 중요한 담론이다. 한국현대미술이 자기 정체성으로 삼는 구체적인 자연대상과 추상적인 질료의 흔적 사이에서 진동한다. 구상과 추상
대표적인 전통 담론이 바로 문인화 담론이라는 생각이다. 이 혼재되어 있고 사실과 환영이 공존하며 대상과 이를 기술하는 문장/시가
하영준의 작업은 정통적인 문인화 형식 안에서 가능한 새로운 조형적 모색을 병존한다. 보는 그림이자 읽는 화면이다.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선(線)을 통해 나타나는 사의성과 추상성, 먹의 풍
부한 표현성을 특징으로 하는 그림이자 서예의 필법에서 오는 선적인 율동감 작가가 그리고 있는 대상은 실제로부터 추출된 함축적인 도상으로 출현한
을 강조하여 조형성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존의 서화일치론에 주목하 다. 여기서 간소화된 도상의 독특함이나 매력적인 형상화가 그림의 핵심이
여 새로운 필묵법을 개발하고 서예, 전각의 전통을 회화로 끌어들인 작업에 될 것이다. 보편적이고 익숙한 소재를 작가 특유의 것으로 도상화 해내는 그
해당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농묵의 굵은 먹선을 사용하여 나무, 꽃 등의 형 맛이 그림의 힘을 뒷받침하는 것이고 자기만의 문인화를 형성하는 바탕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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