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전시가이드 2023. 6월 이달의 작가 하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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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 자료는 cr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2 7 4 7 (이문자 편집장)
뛰어가는 소나무Ⅰ 208×130cm
다는 생각이다. 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정신적 흐름인데 이는 자기의 뜻을 자연물에
의탁하는 문인화적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형태와 닮음을 구하기보다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선에서 출몰하는 이 그림은 문인화의 전통에 충실하되 는 생동하는 기운을 찾고자 한다. 만물은 영기의 화신이므로, 만물이 영기를
대상을 가능한 극화시키고 방법론을 추상에 유사하게 다루면서 수묵화의 표 발산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전적으로 화가의 몫이
현기법에 대한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더불어 시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먹의 운용과 필법/골법을 중시한다. 아울러 동
담고 있다. 시는 문인들의 내심을 표현하는 도구인데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수 양화의 수묵화를 이루는 재료들, 매재적 속성을 최대한 순리에 따라 화면 위
단, 예술가의 의경을 표현하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도구이다. 전통적인 문인화 에 얹혀놓았다. 자연에 따른다는 것은 순리와 이치에 따르는 것이다. 동양화
에서 시·서·화는 각기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문예가 아니라 상호 침투되고 융 는 침윤하기 쉬운 먹과 색을 부드러운 모필에 먹여서 침윤하기 좋은 종이 위
합되어 일체화된 예술이라는 것, 서권기와 문자향이 있어야 격이 높은 탈속적 에다 그리는 것이므로 지극히 우연적인 수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문인예술이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한문이 아니라 한글 서예를 통해 제발(題 인위로, 작위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우연히 가져오는 기법을 필연으로 이용해
跋)의 독해를 가능하게 하고 보는 이들에게 익숙한 시, 문장을 매개로 작업의 서 그리는 게 동양화 수법의 전통이다. 그림 역시 인위적이며 작위적인 것이
의도와 감상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자와 그림, 문학적인 내용과 시각적인 아니라 무위적인 것이다.
그림이 서로 어우러져 빚어내는 어느 경지를 적극 도모한다.
작가는 화선지에 그림을 그린다. 글을 쓴다. 화선지는 무엇보다도 그 흡수성
하영준 그림의 화목은 여전히 사군자이고 자연물에 의탁 된다. 그 경(景)을 빌 때문에 평면에서도 깊이와 부피를 포용하는 신축성 있는 재료이다. 먹이 번
어 정(情)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른바 의경(意境)이 그것이다. 아울러 자연생 진 화선지는 2차원도 3차원도 아닌 이를테면 소수 차원의 프랙탈(fractal) 공
명체의 어느 한 순간, 찰나를 건져 올린다. 시간의 속박을 벗어난 생명체는 홀 간이며 생성하고 변화하는 차원을 보여준다. 그 공간으로 먹이 스미고 번진
연 자신의 진상(眞相)을 밝힌다. 아울러 작가는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를 빌 다. 먹그림이란 결국 물의 흔적, 자취, 경로, 흐름 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묵
어 이를 크게 그린다. 그 안에 우주자연의 신비한 이치나 현상이 내재 되어 있 은 필법에 묵법으로, 궁극적으로는 수법(물의 법칙)에 의해 이루어진다. 화면
다고 보는 것이다. 꽃 한 송이나 대나무 잎 새 하나를 빌어 상상하는 세계는 무 에는 온통 먹이 번지고 스며든 흔적이 가득하고 그 위로 날카로운 몇 번의 붓
한하다. 저 사물의 핵심으로 밀고 들어가 만난 것, 대자연의 원초적 생명의 힘 질이 얹혀 진다. 먹이 얹혀 진 화면과 여백 사이에서, 구상과 추상 사이, 선과
과 교감해서 얻은 것을 형상화하려 한다. 그러니 작가는 마음의 순수함의 경 도상 사이에서 붓질은 진동한다. 붓질, 붓의 놀림이 감각적으로 흔들린다. 가
지에 이르러 자연과 합치됨을 느꼈을 때 일어나는 심리적 반응을 중시하고 내 장 근원적인 그 붓질, 선은 무척 골법적이다. 골법이란 형체의 기본형 및 그 형
면에서 우러난 맑은 감성적 심사를 우선한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자연 체 안에 갖추고 있는 감정을 뜻한다. 그런데 형체의 근원이자 형체를 지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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