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이귀화 작품전 2023. 10. 17 – 10. 1 여초서예관 기획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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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








            초이아트센터 이귀화 화백님

            내설악 자연의 품속에 안겨있는 초이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 작업을 이어가고 계신 이귀화
            화백님의 작품 앞에 섰습니다. 풀들이 화폭에 넘실댔습니다. 풀잎들이 온갖 방향으로 뻗어 중첩된 모습. 늘 우
            리 곁에 있었지만 주목하지 못했던 잡초였습니다. 설악산의 수많은 나무와 꽃들을 뒤로하고 화폭의 주인이
            된 풀에서 발길을 옮길 수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척박하거나 상처 난 땅 어디서나 제일 먼저 잎을 내는 잡초입니다."


            제 의문을 읽은 이 화백님께서 제게로 다가와 운을 뗐습니다.

            "사람에 의해 아직 이름조차 얻지 못했지만 언제나 있어야 할 곳에서 싹을 틔웁니다. 이렇게 많은 잎들의 더
            미 속에서도 절대 서로 엉킴이 없죠. 허리 굽혀 잡초를 살피는 동안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자라면서도 잎 한
            장도 뒤엉킴이 없는 질서를 보았습니다."


            이 화백님은 원통에서 복무 중인 장병들의 그림을 지도하는 봉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잡초의 질서를 통해
            세상 모든 것의 주권을 가진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삶입니다.

            초이아트센터 뒤뜰에 수십 명이 함께 그림을 그릴 스튜디오를 만들고 휴일마다 장병의 선생이자 어머니가 되
            어 그림을 그리는 창조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거듭날 수 있도록 사랑을 쏟고 있습니다.

            장병들 한 명 한 명에게 손 내밀고 경청하고 공감하는 동안 스스로도 몰랐던 가슴속 엉킨 마음이 풀어지고 있
            음을 화폭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입대하고 전역하는 장병들을 맞고 보내기를 20년. 세상의 누구보
            다도 많은 자식을 둔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림은 이 화백님과 장병들을 이어주는 '진심'의 통로였습니다. 말로서는 표현될 수 없는 진심이 수없이 오가
            는 동안 신병의 닫혔던 마음은 전역의 이별이 다가옵니다. 그때쯤이면 건너지 못했던 강을 건너 자신과 화해
            하고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긍정으로 충만한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내설악에 가면 온통 흰머리로 변한 모습으로 본질이 위태로워진 시대, 붓을 쥔 모성으로 세상의 헝클어진 가
            닥을 펴는 아름다운 시간을 살고 계신 화백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이 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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