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이귀화 작품전 2023. 10. 17 – 10. 1 여초서예관 기획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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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승화 시킨 자유의 의미








            예술 작품의 구성 요소 중에는 내용이 필수적인데 이 내용의 개념에는 두 가지 의미로 살필 수 있다. 그 하나
            는 미적 대상의 감각적 현상의 조형으로의 표현인데 이는 내적인 심리 구조를 의미한다. 또 하나는 모방 예술,
            혹은 묘사 예술로 표현되는 현상의 세계를 의미하는 경우이다. 이 작가는 이 두 가지의 의미를 심도 있게 충족
            시키고 있다. 그가 즐겨 설정하는 주제는 주로 자유(Freedom)인데 구속이나 속박에서의 해방을 뜻하지만 육
            체적이고 물리적인 제재나 형식에서의 의미보다는 영적인 시각으로서 죄에서 해방되는 자유의 의미를 다루
            고 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8:32)는 말씀을 자연 속에서 부각 시키고 있는 것이
            다. 또한 진리가 되신 예수님(요 14:6 )의 사랑과 은혜를 하찮은 잡초 속에서 발견하고 찬양하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겪은 고난의 체험 속에서 얻어진 보석 같은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만물 속에 보여 진 하나님의 음
            성(롬 1:20)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직이 루쏘(Rousseau)는 에밀(Emile)이라는 그의 책자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는데 무
            거운 죄의 속박이나 세속에서 참담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말이며 하나님의 사랑과 거짓이 없
            는 진실을 담아내는 곳이 자연이요 자연물이기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밖에 없는 풀잎 속에서 읽어내는
            작가의 지혜는 스스로의 능력이라고 간주하기보다는 사랑하시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아닐까 하
            는 생각이 든다.


            20여 년 동안 잡초같이 버려진 이웃을 내 몸 같이 돌보며 봉사하여 온 작가가 받은 선물인 것이다. 그림 속에
            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어 자신의 몸을 눕인 풀들은 하나님의 뜻에 순응하며
            겸손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있고 무질서하게 보이는 그 속에는 제각각 나름대로의 생명력을 잃지 않은
            식물들이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시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은 그 근본이 태초이며 생명이기 때문에 지금도 변함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와 바람은 생기를 불어넣는
            성령의 능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뿌리에 스며든 물방울과 햇빛은 굽힐 줄 모르는 힘으로 버텨주고 있는 것이
            다. 원래 자유는 생명의 존재 가치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이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보이는 것은 나타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것이 곧 실존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는 만물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함이요 관계의 범주 안에서 변두리에서 버려진 잡초와 같은 인생들에게
            새로운 소망을 주기 위한 그의 심층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긍휼의 마음 때문이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또한 대작 속에서 보여주는 풀잎의 자유로운 조형미는 고난의 세월을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사랑으로 관
            계를 이룬 어울림의 표현인 것이다. 화려한 꽃보다도 혹은 웅장한 나무들보다도 더 큰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들이다.


            어찌 보면 이토록 작은 생명을 세심하게 작품 속에 표출한 작가는 진정한 자유는 욕심 없이 나를 버리고 낮추
            어서  잡초같이 살아가는 것이 진정 자연에서 배우는 자유임을  표현하고 있고 그것이 곧 사랑이요 생명이라
            고 역설하고 있다.






                                                                      - 정 재 규 (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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