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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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한라산 진달래




                           칠흑 같은 어둠이 산등성이 휘감는데
                           희미한 손전등에 몸을 의지하고
                           한발 두발 옮겨간다.



                           적막한 고요함 속에
                           앞사람 거친 숨소리만 들릴 뿐이다.


                           일주일 전에 올라왔을 때 진달래꽃 대신

                           꽃 몽우리에 잔설만이 가득하더니


                           이제는 꽃이 피었는가 궁금하여
                           다시 또 삼 일 전에 올라왔는데

                           수줍은 처녀마냥 입가에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러더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물감 풀어놓은 듯 붉은 파도 물결치고
                           한라산에 경사로다. 콧노래가 절로 난다.


                           여기저기 뛰노는 노루도 즐거운 모양이다.

                           이 행복한 순간을 어찌 나 혼자만 볼 수 있으랴.
                           카메라가 춤을 춘다.





                                                                      2004년 5월 15일
                                                                  한라산 윗새오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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