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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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고진감래(苦盡甘來)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하얀 입김이 멀리 사라질 즈음
자연에서 발산하는 향기로운 냄새가
내 마음과 영혼을 맑게 한다.
희망과 기대 속에 다리를 재촉하여 단숨에 올라왔건만
앞에 펼쳐진 상황은 진홍빛 붉은 진달래와 실록과
한라산을 휘감고 있는 짙은 운무뿐이다.
몇 시간을 기다렸을까.
구름을 뚫고 살포시 내민 수줍은 태양이 진달래에 입 맞출 때
한라산을 휘감고 도는 운무의 행진은 춤을 추고,
조용한 대지 위에 노루 한 마리가 연인을 부르는 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만 울려 퍼진다.
고진감래라는 뜻을 음미하면서
결코 자연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을 오늘도 깨닫는다.
내 육신은 아름다운 꽃과 현상을 보고 있는데
내 영혼은 한라산을 볼 수 없게 휘감고 있는 운무 같으니
그것이 무엇일까?
하산의 발길은 풀어야 할 숙제로 무겁키만 한데 줄지어 올라오는 등산객들은 즐겁기만 하구나.
5월 26일
한라산 진달래꽃 촬영을 마치고 (김진국, 정재춘과 함께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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